박인규 대구은행장이 최근 불거진 직장 내 성추행'성희롱 파문과 관련해 7일 뒤늦게 공식으로 사과했다. 몇몇 중간 관리직 직원들이 비정규직 여직원을 상대로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강요하거나 성희롱하는 등 추문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재발 방지를 약속하며 고개를 숙인 것이다. 박 행장은 이번 사건을 교훈 삼아 은행장 직속의 인권센터 설치를 포함해 성희롱 예방 교육과 조직문화 혁신,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 후속 계획을 내놓았다.
이에 앞서 대구은행은 지난달 자체 감사 결과를 벌여 사건 당사자인 과장 이상 책임자급 4명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대기 조치했다. 경찰과 노동청도 관련 자료를 수집하는 등 의혹을 조사 중이다. 현재 가해자로 지목된 직원 일부가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사건의 결과를 예단할 수는 없으나 추문이 사실로 드러나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 어떤 이유로든 이런 비열한 행위로 직장 동료를 괴롭히고 피해를 입힌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당국은 드러나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 없는지 낱낱이 조사해야 한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추문은 비단 대구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역 주류 회사인 금복주가 결혼한 여직원에게 사직을 강요하거나 인사 차별을 일삼다 사회적 지탄을 받았다. 최근에는 중견기업인 한국OSG 고위 임원이 수년간 여직원을 상대로 여러 차례 성희롱을 해오다 노동청 조사에서 모두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여기에다 지역을 대표하는 금융기관인 대구은행까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비판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역민에게는 큰 충격이다.
직장 내 여성 직원에게 가해지는 이런 성범죄와 성차별은 단순히 개인의 일탈 행위나 관행으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 성 평등 의식 부재 등 구조적인 문제의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무엇보다 건전해야 할 직장 환경과 기업 문화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다. 그릇된 기업 문화 때문에 이런 부끄러운 일들이 계속 이어지고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수치심과 상처를 준다는 점에서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조직 구성원의 인식 전환과 기업 문화 개선이 직장 내 성범죄 재발 방지 노력의 첫걸음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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