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국 '코드 인사' 협치와 탕평은 말뿐이었나

입력 2017-06-15 00:05:00

문재인 대통령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임명을 강행한 이유는 간단했다. "국민 눈높이에선 이미 검증을 통과했다"(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5대 공직 배제 비리인 위장 전입, 논문 표절, 세금 탈루(다운계약서 작성)는 물론 부인의 불법 취업까지 드러나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무산됐지만 개의치 않겠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여론이 80% 넘는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은 장관 후보자 지명에서도 잘 드러난다.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17개 부처 중 15개 부처 장관 후보를 지명했다. 이 중 여러 사람이 고위 공직자가 되기에는 부적합한 흠결을 갖고 있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는 석'박사 논문 표절 의혹을 받고 있고,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와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각각 면허 취소 수준의 음주운전과 위장 전입 사실이 드러났다. 문 대통령의 '5대 비리'를 원칙대로 적용하면 장관이 될 수 없는 인사들이다.

청와대는 이런 사실을 '자진 신고'했다. 그렇게 하면서까지 이들을 장관으로 앉혀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라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코드 인사'에 대한 집착 말고는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 지명된 15명의 장관 후보 중 대선에 직접 관여했던 사람만 11명이나 된다는 사실은 이를 잘 뒷받침한다. 문 대통령이 약속했던 '탕평'이나 '협치'와는 한참 거리가 먼 인사다.

대통령이 자기와 뜻이 맞는 사람을 쓰는 것을 무조건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일정한 한계가 있어야 한다. 코드 인사는 인사 풀을 좁혀 용인(用人)에서 대통령 스스로 운신의 폭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5대 비리 공직 배제 원칙에 어긋남에도 장관 지명과 임명을 강행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더 나쁜 것은 코드 인사가 '집단사고'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집단사고란 반대 의견 없이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는 심리적 함정을 말한다. 이는 정책 판단의 오류를 낳기 십상이다. 집단사고란 내 편만이 옳다는 독선과 아집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도 문 대통령은 인사를 잘못하고 있다고 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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