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가진 신혼부부나 손자'손녀를 기대하는 할머니 세대로 넘어가는 분들이 종종 찾아와서 "아이를 출산할 좋은 날을 좀 잡아주세요"라고 상담을 의뢰한다. 그럴 때면 "좋은 날을 잡아주면 좋은 아이가 태어날까요?"라고 답변을 하곤 한다.
분명히 좋은 날이 있기는 한데 열 달 동안 '태교'를 잘못한 산모가 좋은 날에 아이를 출산할 리 만무하다. 필자의 경험상 제왕절개를 하더라도 실제로 '택일'해준 날(日)과 시(時)에 어떤 이유로든 출산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좋은 아이를 출산하는 데 필요한 것이 '부모의 유전인자'와 '태교'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유전인자는 어찌해볼 수 없으니 '태교'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요즘 주변에는 '궁중 태교법'이라고 하여 '태교 음악'과 '태교 음식' 그리고 '태아교육을 위한 산모 공부' 등을 지도하는 교육기관이 많이 생겨난다. '태교가 출산 후 훌륭한 스승의 10년 교육보다 낫다'는 말을 들으면 똑똑한 왕자나 공주를 낳고 싶은 산모들은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조선시대에 궁중 태교법으로 태어난 이 땅의 왕자나 공주들이 모두 훌륭하였던가? 한때 자녀공부법이 유행하여 '목동 엄마 공부법'이나 '대치동 엄마 공부법' 같은 종류의 책들이 엄청나게 팔렸는데 그 책대로 공부를 시켰던 아이들이 모두 명문대에 진학했을까?
부모의 유전인자에 의해 아이의 체질과 기질은 선천적으로 정해져 있다. 보편적인 교육방법이나 음식에 거부감이 있는 경우가 있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발생한다면 하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산모가 취향에 맞지 않는 음악을 듣거나 태아에 좋은 음식이라고 억지로 먹는다면 태아도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이런 방법이 과연 좋은 '태교'라고 할 수 있을까?
억지 태교는 출산택일을 잘해서 팔자가 좋은 자식을 만들겠다는 욕심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태교란 무엇일까. 같은 유전인자를 가진 형제가 공통적인 기질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안정감이 있고 어떤 사람은 소심한 사람이 있을 수 있다. 바로 '태교'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열 달 동안 산모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가장 중요한 '태교'라는 뜻이다. 가족구성원이나 주변 환경과의 자연스러운 교감이 있어야 원만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아기를 출산할 수 있다. 성장하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것은 가정과 사회의 교육 수준과 방법에 있다고 판단된다.
산모의 마음이 가장 편안한 강릉 오죽헌에서 지낸 현숙한 신사임당의 자연스러운 '태교'와 어린 시절 받은 올바른 교육이 율곡 이이가 훌륭한 인품과 능력을 갖추게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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