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사만어 世事萬語] 정부조직개편과 지역산업

입력 2017-06-07 00:05:04

정부조직 개편이 주목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을 중시하는 새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중소기업청이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할 것으로 보인다. 위상이 축소될 산업통상자원부는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솔직히 정부조직 개편은 공무원들 간 밥그릇 싸움의 성격이 짙다. 하지만 본질은 정부정책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느냐이다. 중기부로 승격이 확실시되면서 그동안 산자부에서 맡아오던 테크노파크 중심의 '지역산업육성사업'을 중기청이 가져갈 움직임을 보이자, 지역의 관계자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반대의사를 표시하자니 향후 기세등등해질 중기부에 찍혀 불이익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그냥 지켜보자니 균형발전이라는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시작부터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되는 탓이다.

지역산업육성사업은 김대중정부 시절 대구 섬유(밀라노프로젝트), 부산 신발, 경남 기계, 광주 광산업에서 시작되었다. 지금은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제외한 13개 시'도가 참여한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축 중 하나이다.

문제는 이 사업이 중기부로 이전될 경우, 국가산업정책과 지역산업정책의 괴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대'중'소기업 간 밸류체인으로 연결되어 있다. 대기업 정책과 지역산업육성 정책을 분리해서 추진할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직접적인 기업지원에 관한 사업은 중기부에서 할 수 있겠지만, 지역산업 인프라와 관련된 사업은 아무래도 산자부가 제격이다. 또한 지역산업계의 주요 과제인 신재생에너지, 산업단지 조성, 노후 산업단지 재생 등의 사업은 국가산업정책의 틀 안에서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4차 산업시대에 걸맞은 지역산업 생태계 조성에도 대기업의 협력, 수도권에 대한 일정한 규제 등이 불가피하다. 국가산업정책과 지역산업정책의 연계성과 연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달성하는 데 보다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밀라노프로젝트 이후 20여 년간 언론인으로서 지역산업육성사업을 지켜봐 왔다. 초창기 다소 비효율적 사업진행과 이명박'박근혜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 등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각 지역마다 나름대로 시스템을 갖추고 역량을 키워왔다. 이를 거름 삼아 어쩌면 문재인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는 단순히 '지방'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해결해야 할 역사적 사명이다. 정부조직 개편과 업무 분장이 밥그릇 싸움에 그쳐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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