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으로 잡는 건강] 암과 스트레스

입력 2017-06-07 00:05:04

미국의 한 가정주부가 식도암 진단을 받았다. 당시 의료 수준으로는 생존 가능성이 높지 않았고, 환자는 몇 주 후에 세상을 떠났다. 그러나 부검 결과, 이 환자가 식도암에 걸리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간 등에서 암으로 판단되는 종양이 있긴 했지만 갑작스러운 사망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었다. 암이 아닌데도 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사망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심리학에서는 '노시보 효과'라고 설명한다. 부정적인 믿음이 실제 신체적인 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스트레스가 암의 발생과 전이를 촉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생쥐에게 스트레스 자극을 주면 암의 성장을 촉진하고, 스트레스 관련 호르몬들이 암세포의 사멸을 막는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결국 스트레스가 암과 연관돼 있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한의학에서 스트레스는 '칠정'(七情)이라 하여 화내고 기쁘고 걱정하고 슬프고 무서워하고 우울하고 놀라는 7가지 감정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감정 상태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효과적으로 관리하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감정 상태를 조절하지 못하면 인체 기운의 흐름을 문란하게 만들어 결국 병을 야기한다고 본다.

화내는 것은 기의 흐름을 역상하게 하여 모든 기운을 끌고 위로 상승한다. 이때 인체 내에 정기의 적이 되는 화(火) 또한 동반 상승해 여러 가지 증상들을 일으킨다. 또한 걱정은 인체의 기를 정체시켜 소통이 되지 않는 등 문제를 일으킨다. 걱정이 많아지면 위가 수납하는 기운이 정체돼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식후 포만감이나 춘곤증처럼 밥을 먹으면 기운이 더 떨어지는 게 대표적 증상이다. 이때 화로 인해 상승하는 기운과 화를 내려주는 침'뜸 치료, 한약치료를 하게 된다. 한의학에서 스트레스 치료는 감정으로 인한 인체 기운의 문제되는 흐름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목표다.

감정이 인체의 에너지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느낄 수 있다. 화가 나면 뭔지 모르지만 위로 기운이 뻗치고 슬프면 왠지 다리에 힘이 빠지고 기운이 떨어진다. 이러한 기운의 흐름을 잘 관찰해 제자리로 돌려줄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 침을 놓고 약을 사용해 기운의 흐름을 바로잡음으로써 감정으로 인한 인체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다.

암에 걸렸는데 화가 나지 않고 무섭지 않고 슬프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군가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관리하지 않고 살아온 삶에 대한 후회와 자신에 대한 연민 등 많은 감정들에 둘러싸이는 것도 당연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생각과 감정을 빨리 흘려보내는 것이다.

강가에 앉아 떠내려가는 배를 쫓아 따라가지 않으면 배는 점점 시야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한의학적 치료로 기운의 흐름을 정상적으로 조절하면 암 치료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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