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보다 더 무섭다고? 어지럼증 없으면 괜찮아!
체격 큰 사람보다 마른 사람, 남성보다 여성에게 흔해
급성 저혈압으로 쇼크 일으킬 땐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갑자기 일어날 때 어지럼증 느끼면 기립성 저혈압 의심
충분히 안정 취하면 증상 완화, 심할 땐 약물치료 필요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이모(55) 씨는 최근 종합건강검진을 받고서야 자신이 저혈압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수축기 혈압은 100㎜Hg이 되지 않았고 이완기 혈압은 60㎜Hg에 겨우 닿았다. 평소 아침 기상이 조금 힘든 것 외에는 별다른 이상을 느끼지 않았던 이 씨는 "저혈압이 고혈압보다 무섭다더라"는 가족들의 성화에 불안감에 휩싸였다. 서둘러 찾은 병원에서 이 씨는 "저혈압이 무서운 질환이라는 건 잘못된 상식이다. 어지럼증 등 증상이 없다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 없다"는 의료진의 설명을 듣고서야 가슴을 쓸어내렸다.
저혈압은 혈압이 정상범위(수축기 혈압 140~90㎜Hg, 이완기 혈압 90~60㎜Hg)보다 낮은 상태를 말한다. 저혈압이라도 어지럼증이나 피로감 등 이상 증상이 없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몸을 일으킬 때 혈압이 떨어지며 어지럼증을 느끼는 기립성 저혈압도 잠시 쉬면서 물이나 전해질을 보충하면 쉽게 완화된다. 그러나 심한 출혈이나 약물 과민 반응 등으로 발생한 급성 저혈압은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특별한 치료 필요 없지만 저혈압 쇼크는 주의
저혈압은 주로 키가 크고 마른 여성에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체격이 큰 사람보다는 마른 사람,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 흔히 나타난다. 다만 혈압이 낮더라도 증상이 없고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면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저혈압인 사람이 주의해야 할 증상은 어지럼증이다.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거나 피로감이나 전신 쇠약감이 들 수 있고 시야가 흐려지거나 심장이 빨리 뛸 때도 있다. 가벼운 미열 또는 이명, 발작, 속 쓰림, 목마름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은 대개 일시적이고 다른 동반 질환이 없거나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굳이 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급성 저혈압으로 쇼크를 일으키는 경우라면 최대한 빨리 치료해야 한다. 심한 출혈이 있거나 약물 혹은 음식에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난 경우, 심근경색증 등 심장마비나 패혈증이 원인이 돼 나타나는 저혈압 쇼크는 방치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심장질환이나 호르몬 변화, 약물 복용 등이 저혈압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심장 질환으로 심장의 수축'이완 기능이 떨어졌거나 갑상선 기능 저하, 부신호르몬 저하 등 혈압과 맥박에 영향을 주는 호르몬의 변화가 저혈압을 일으키기도 한다. 발기부전치료제나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심부전 치료제인 베타차단제, 항우울제, 이뇨제, 파킨슨병 치료제 등의 약물도 저혈압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약물을 복용하기 전에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저혈압이 있다면 규칙적인 운동으로 심장과 혈관 건강을 강화하는 것이 건강 유지에 도움이 된다. 가급적 술은 피하고 물을 충분히 마셔야 한다. 잘 때는 머리와 상체를 약간 높게 하고 아침에 잠에서 깰 때는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음식은 적은 양을 자주 먹는 것이 낫다. 탄수화물이 적은 식단을 유지하면서 적당량의 염분을 섭취해야 한다. 양파와 미역, 고구마, 녹차 등에 포함된 칼륨과 식이섬유는 혈액순환을 돕고 뇌혈류량을 늘려 저혈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일어날 때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은 낙상 주의해야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나면서 어지럼증을 느낀다면 기립성 저혈압을 의심해볼 수 있다. 기립성 저혈압은 하반신에 모여 있던 혈액이 심장이나 뇌로 제때 들어가지 못해 일어난다. 일시적으로 수축기 혈압은 20㎜Hg, 이완기 혈압은 10㎜Hg 이상 감소하는 탓이다. 일어선 후 3분 이내 나타나고 노인이나 당뇨병 환자가 흔히 겪는다.
기립성 저혈압은 하체 근육이 약한 사람에게 나타나기 쉽다. 하체 근육은 정맥을 압박해 혈액을 심장'뇌까지 보내는 역할을 한다. 노화로 근육량이 줄거나 피로, 스트레스, 과도한 다이어트로 혈액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원인이 된다. 큰 키 탓에 다리부터 심장과 뇌까지 거리가 먼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혈액을 조절하는 자율신경계에 이상이 있거나 혈관 확장제 등 약물을 복용한 경우에도 기립성 저혈압을 겪을 수 있다. 자율신경계는 심장을 자극해 혈압과 심박수를 올리는 교감신경계와 반대 작용을 하는 부교감신경계로 구분된다. 기립성 저혈압이 있는 사람은 자율신경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갑자기 일어서는 경우 혈압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일어나다가 어지럽거나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 몸을 일으키지 말고 그 자리에 앉아 쉬는 것이 좋다. 증상이 사라져도 바로 일어나지 말고 충분히 안정을 취한 뒤 서서히 일어나야 한다. 가벼운 어지럼증은 물을 충분히 마시거나 소금 등과 같은 전해질을 보충하면 낫지만 실신할 정도라면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기립성 저혈압을 개선하려면 하체에 힘을 주는 자세를 반복하면 좋다. 까치발을 들거나 일어서서 다리를 꼬는 자세는 다리 근육을 강화해 다리에서 심장으로 가는 혈액의 흐름을 돕는다.
김기식 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기립성 저혈압은 단순히 현기증이 나는 정도가 대부분이지만 일시적으로 실신하는 경우도 있다"며 "특히 노인은 심한 어지럼증으로 넘어져 골절 등 부상을 당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김기식 대구가톨릭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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