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수년 외국살이 하다 귀향, 변하지 않은 황남동 모습 담아
"황남동 뒷골목 풍경은 십수 년을 외국 생활을 하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전혀 낮설지가 않았습니다. 황남동은 어릴 적 제 기억이 머문 곳입니다. 그리고 느린 변화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서양화가 박태 작가는 경주 토박이다.
그는 요정 시리즈와 인상적인 풍경화로 미국 현대 미술계에 입성한 한국 작가다. 20여 년간 미국 예술 주류 사회에서 한국인으로 우뚝 서서 작품 활동을 하던 박 작가는 4년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현재도 미국에 있는 갤러리들에서 전속 화가로 활동하며 개인전과 그룹전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박 작가의 어릴 적 기억을 살린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회화 외에 첫 사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작가의 사진 속 황남동 골목 곳곳에선, 유년의 고단했던 기억들이 묻어난다.
이달 말까지 '갤러리 1078'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이런 오래되고 낡은 풍경을 피사체로 엮은 18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의 사진 속에는 유년과 성장기를 보냈던 경주의 골목 풍경이 녹아 있다. 칠이 벗겨진 대문. 오래된 담장, 집 뒤뜰과 골목의 뒷모습은 먹먹하고 애잔하다.
박 작가는 "어른이 돼 바라보는 뒷모습들을 담아내려 했다. 골목을 통해 추억 여행을 한 것이다. 추억들이 더 이상 사라지기 전에 마지막 모습을 피사체로 간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실제 박 작가의 '갤러리 1078'은 황남동의 옛모습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다고 해서 요즘 서울 이태원의 경리단길에 견줘 '황리단길'로 불리며 뜨고 있는 지역이다.
박 작가의 갤러리는 소박하다. "규모로 주눅이 드는 그런 공간이 아니라 동네 주민들도 수시로 드나드는 편한 갤러리 공간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는 게 그의 말이다.
박 작가는 "화가는 사진을 모르면 작품이 되지 않습니다. 그림으로 남기기에는 다소 부족한 내 고향 경주에서 내가 기억하는 뒷골목의 풍경을 사진으로 기록한 측면이 있습니다. 내게 꿈을 키워주었던 어릴 적 고향의 기억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이기도 합니다"라며 사진전에 의미를 담았다.
박 작가는 성신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아카데미 예술대학원에서 서양화과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Portrait Society of America 인터내셔널 대회 1등을 비롯해 2005년 The Halpert 비엔날레 2위, 2007년 인터내셔널 ARC 살롱전 Staff상, 2008년 인터내셔널 살롱전 우수상을 수상했다. 현재 플로리다에 있는 어디슨 갤러리(Addison Gallery), 페블비치에 있는 뉴 매스터즈 갤러리(New Masters Gallery) 등 미국에 있는 갤러리에서 전속 화가로 활동하며 개인전과 그룹전을 하고 있다.
2012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Academy of Art University대학과 대학원에서 미술 실기와 이론을 가르쳤다. 2009년 그림 에세이 '다 잊으니 꽃이 핀다'(글로세움 출판)를 펴내 따뜻한 그림과 이야기로 자신의 유년 시절과 미술 인생을 되짚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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