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말, 어느 모임에서 헤어질 때 누군가 반농담조로 "다음에는 바뀐 세상에서 만납시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실감 날 정도로 변화가 크다.
문재인 대통령의 새 정부가 구성되면서 검찰 개혁에 시동을 걸고 기업 효율보다는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등 속도감 있는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은 좋은 방향으로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보고 박수 치고 있으며 정권 초기의 유리한 시기임을 고려하더라도 지지율은 전에 없이 고공 행진을 하고 있다. 쌓인 폐단을 없애고 어려운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을 챙기겠다는 문 대통령의 행보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감동하고 있다. 대통령의 소탈함과 배려, 소통, 탕평과 인사 등을 보고 앞으로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싹트고 있다.
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만났을 때 언급한 개헌 문제에 관심이 간다. 주로 대통령 중심제와 의원 내각제 등 정치 체제 선택과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방분권 개헌'에 주목하고자 한다. 경제력의 지나친 수도권 집중, 권력의 과도한 중앙 집중, 이로 말미암은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이 부정적 현상은 어느 사이 지방 사람들에게 '이등 국민'이라는 자괴감이 들게 했다. 선출 권력인 지방자치단체장이 예산을 따내려고 중앙정부의 국'과장을 만나려 목을 빼는 일은 굴욕적인 모습이다. '지방분권 개헌'은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지방정부에 재정과 권한을 대폭 이양하면 지방이 자생력을 가지고 자기주도적 발전을 꾀할 수 있게 된다.
'지방분권 개헌'에는 국가 균형 발전이라는 의미가 깃들어 있다. 국가 균형 발전 정책은 문 대통령이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핵심 참모로서 추진한 정책이기에 이해가 깊다. 사실, 노무현정부 이전에는 국가적 의제로 '균형 발전'이라는 개념이 없었으며 이후 정권에서는 다시 소홀해졌다.
균형 발전 정책의 대표적인 결과물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본사 지방 이전으로, 최근 2~3년 사이 완료됐다. 대구 혁신도시에는 한국가스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등이, 경주에는 한국수력원자력이, 김천 혁신도시에는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기술 등이 들어섰다. 노무현정부를 계승하는 문재인정부는 '지방분권 개헌'과 함께 혁신도시의 안정화와 발전 등 균형 발전 정책 과제들을 더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챙겨야 한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을 지방으로 이전시킨 이유는 지역 인재 채용, 지방 재정 기여, 지역 소비 및 공공 봉사 등을 통해 지역의 균형 발전에 힘을 보태라는 것이다. 그러한 긍정적 효과가 이미 나타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아직 미흡한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안정화하는 데 시간이 더 필요하고 공공기관과 공기업 임직원들의 정주 의식이 제대로 뿌리내리지 못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새 정부가 공기업 평가 항목에 일자리 창출 정도를 주요 지표로 채택하겠다고 밝혔듯이 지방 이전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대해 비슷한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 지역 인재 채용률, 지역 기업 활용 및 지역 소비 등 지역 경제 기여도, 지역 공공 부문 협찬 및 지원 등 지역 밀착이나 지역 기여와 관련된 지표를 평가 항목으로 한다면 균형 발전 효과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정권 교체기에 벌어지는 공공기관과 공기업 인사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방향이 달랐던 공기업들은 숨죽인 채 새 정부의 행보를 지켜보면서 부랴부랴 경영 방침을 변경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기업에 대해 논공행상적 낙하산 인사가 시행된다면 공기업의 안정성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이다. 임기 만료가 가까운 공기업 CEO들은 교체하되 임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CEO들은 경영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기회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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