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검찰 개혁은 어떻게 하나-천사도 악마도 디테일에 있다(5)

입력 2017-05-27 00:05:11

서울공고
서울공고'경희대(법대)'미국 사우스웨스턴 로스쿨 졸업. 전 미 연방 변호사. 현 MBN시사스페셜 진행자

조국 서울대 교수의 민정수석 임명, 윤석열 검사의 서울중앙지검장 발탁, 검찰 간부들의 이른바 돈 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 검찰총장에 이어 법무차관과 대검차장의 전격적인 사표. 사람들의 의표를 찌르는 파격 인사와 함께 일련의 검찰 관련 사태의 종착지는 한곳이다. 검찰 개혁이 그것이다.

검찰 개혁은 문재인 대통령만의 공약이 아니었다. 모든 대선 후보가 공통적으로 공언한 내용이다. 검사 출신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마저 검찰 편이 아니었다. 우리나라 검찰이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세계에 유례가 없는 조직이라는 말로 설명이 족하다. 더 큰 문제는 검찰을 견제할 외부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핵심은 역시 '어떻게'에 있다. 역대 정권 모두 집권 초기 검찰 개혁을 외치지만 결과는 딴판이다. 이번에는 다를지 아직은 확신할 수 없다. 대의명분을 실행해 낼 치밀한 전략과 전술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조국 수석은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이 실패였음을 자인했다. 강금실 법무장관 등의 충격요법으로 정치와 검찰의 유착 관행은 깼지만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제도적 시스템 개혁은 이루지 못했다.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가 검찰을 이용하고 검찰이 정치권의 필요에 복무하는 과거의 관행으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조 수석은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예로 들었다. 참여정부에서 공수처 설치를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검찰 개혁은 지극히 어려운 과제이다. 검찰 자체의 저항을 극복하는 것만도 간단치 않다. 본격적인 검찰 구조 개혁이 시작되면 검찰의 반격이 있을 것이다. 국회는 더 큰 장애물이다. 검찰의 근본적인 구조, 시스템 개혁을 위해서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개인적으로 현재 국회에 제출된 공수처 법안 내용은 반대하지만 어쨌든 공수처를 신설하려면 조 수석의 말대로 법이 통과되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검찰이 조직적인 로비를 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을 필두로 한 청와대 진용이 법안 통과를 이루어낼 정치적 역량이 있는지가 관건인 것이다. 5년 후 법을 통과시켜 주지 않아 개혁이 실패했다며 국회를 원망한들 소용이 없다. 국회가 법을 통과시키지 않을 수 없도록 치밀한 전략과 전술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스필버그 감독의 '링컨'이란 영화가 화제에 오른 적이 있다. 링컨은 노예해방의 영웅이다. 영화에서 링컨은 노예제 폐지를 위한 헌법 수정 제13조의 하원 통과에 총력을 기울인다. 링컨과 참모들은 찬성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말 그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설득'회유'협박'뇌물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 한마디로 정치의 누추한 속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링컨은 이렇게 말한다. "나침반은 진북(眞北'True North)을 알려준다. 그러나 그 길에 놓여 있는 늪지대와 사막과 진흙탕은 말해주지 않는다."

검찰 개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비전과 이상만 제시한 채 현실 정치의 늪에 빠지는 우를 되풀이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상과 비전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현실에서 구현해 낼 정치적 역량은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어쩌면 이상보다 실천력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북극성만 바라보다가 늪에 빠지고 만다면, 진흙탕에 발목 적시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그 길에 맞지 않다. 늪지대와 진흙탕을 건너는 방법을 몰라서도 북극성까지 갈 수 없다. 이제는 검찰이 기꺼이 동의하고 국회가 흔쾌히 법을 통과시킬 수 있도록 디테일한 전략과 전술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이번에야말로 조 수석은 물론 문 대통령까지도 늪지대를 무사히 건너 북극성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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