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다. 40% 겨우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지만 2주 남짓 지나면서 80%대 지지를 얻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 그의 '공개'소통'포용'통합' 정치 행보가 연일 화제다. 난 많은 고민 끝에 기표장에서는 다른 사람을 찍었지만 "이대로 쭈~~욱"을 염원한다. 임기를 마치고 박수받으며 청와대에서 나오는 대통령을 우리도 가져야 하니까.
서울중앙지검장에 기수 파괴 논란을 각오하고 윤석열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켜 임명한 것은 잘 쓰여진 대본을 읽는 느낌이다. 외교부 장관에 처음으로 여성인 강경화 유엔 사무총장 특보를 임명한 것도 국민들을 상쾌하게 한다. 전 정권 사람인 김동연 경제부총리 발탁이나 경쟁자 참모였던 장하성 정책실장 임명도 국민들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국가는 이들만으로 운영되지는 않는다. 모든 공직자의 헌신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일부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행태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한다. 지난 9일 대선이 끝나자마자 서울중앙지검은 서울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2013년 1월 그가 당시 새천년민주연합 대표였던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고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바람에 고발당했는데 20개월 만에 수사에 나선 것이다. 대통령 선거 결과가 이리되지 않았다면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을까. 문 대통령은 당시 민사소송도 진행했는데 벌써 작년 9월 배상판결을 받아냈다. 검찰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오죽하면 바람이 불기 전에 누워버리는 권력기관이란 오명을 받을까. 이런 검찰이 윤 검사장 같은 사람 몇 명 있다고 제대로 개혁될까.
청와대는 22일 대통령 지시로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다. 이명박정부 때의 대표적 국책 사업인 4대강을 다시 감사한다는 것이 국정 정상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지만 논란은 분명 불러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다른 데 있다. 정책감사의 주체가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이명박정부 내내 4대강 사업을 옹호했다. 여론과 야권 반발에 못 이겨 종합감사를 벌인 감사원은 이명박정부 말(2011년 11월)에도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던 감사원이 불과 1년 정도 지난 박근혜정부 인수위 때(2013년 1월) "4대강 사업은 부실투성이"라는 상반된 결과를 발표했다. 나아가 그해 7월에는 "국토부가 건설사들의 담합을 방조했다"는 감사 결과를 내놓았다. 이 바람에 큰 파장이 일어 당시 감사원장이 사퇴하기도 했다.
정권 입맛에 맞는 감사를 해온 감사원이 다시 4대강을 감사한다고 한다. 정권이 시작되는 가장 힘 있는 지금, 대통령의 엄명을 받은 감사원이 어떤 결과물을 낼지 짐작 못할 사람이 있을까.
난 개인적으로 대통령의 취임 초 며칠 간 통치행위 중 가장 잘한 것이 '안산 단원고 기간제 교사에 대한 순직 처리 지시'라고 생각한다. 세월호 안에서 학생 구조를 위해 노력하다가 숨졌지만 단지 정규직 교사가 아니었다는 이유로 순직 인정을 받지 못했던 기간제 교사가 2명 있다. 후보 시절부터 시정을 약속한 문 대통령은 취임 얼마 뒤 순직 처리를 지시했다. 난 그 뉴스 속보를 보면서 너무 고마워 혼자 박수를 쳤다.
그런데 참 씁쓸하다. 한 교사의 아버지는 이를 관철시키려고 2년 넘게 뛰어다니다가 이빨이 몽땅 빠지는 고초를 겪어도 관련 부처 공무원들은 안 된다고 했다. 현행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관련 부처가 대통령 말 한마디에 방법을 찾기로 했단다. 규정상 안 되는 것은 누가 지시하더라도 되지 않아야 정상적인 사회다. 아무리 대통령 지시가 있어도 문제가 있으면 "노"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바꿔 말하면 대통령 지시가 없어도 될 수 있는 일은 되게끔 해야 한다. 무조건 불가한 규정부터 찾고, 청와대 지시에 납작 엎드리는 공직자가 널려 있는 우리 사회를 보면서 퇴임할 때 박수받는 '대통령 문재인'을 볼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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