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 정치권, 경쟁력 키워라] <하> 다당제 환경서 역량 높여야

입력 2017-05-13 00:05:01

기득권 사고 버리고 정파 아닌 정책 대결

5'9 대선에서 보여준 대구경북(TK) 표심은 '변화에 대한 갈망'이었다. 어렵사리 움튼 다당제의 싹을 아름드리나무로 키워내라는 명령도 고스란히 담겼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번 대선일을 특정 보수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짝사랑에서 벗어난 'TK 독립선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간 TK 정치 지형은 '묻지마' 표심에 기대 안주하면서 정치적 위상은 추락했다.

역동적인 정치의 선순환 부재는 경제적 동력의 상실로 이어졌다. 대구는 18년간이나 전국 지역내총생산(GRDP)이 꼴찌 도시로 전락했고, 광역단체장들도 자연스레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경기도나 충청도의 단체장과 달리 명함도 못 내미는 처지가 됐다.

지역 정치권에선 "TK는 개혁'진보 정권일 때도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의 후보에게 몰표를 주는 바람에 '보수 정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공식이 통했다"며 "그 결과 '공천권에만 매달려 유권자를 돌아보지 않는다'는 오명 속에 지역 정치권은 수십 년 동안 자생력을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고 자성했다.

이번 대선에는 특정 정당의 독주체제를 끝내고 인물과 정책으로 싸우는 지방의회와 국회를 바라는 염원이 깃들었다.

팔달시장 상인 김기만(42'대구 북구 노원동) 씨는 "제발 좀 제대로 경쟁하는 정치인들을 보고 싶어 사표 우려가 있었지만 평소 소신을 갖고 지지한 정당의 후보를 찍었다"며 "계파가 아닌 정책과 공약으로 경쟁하는 의회를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말했다.

직장인 임성훈(37'대구 수성구 시지동) 씨는 "TK 민심이 바뀌었다. 정치권은 바닥 민심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 채 기득권적 사고에 머문 경향이 강했다.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당제로 바뀌는 정치 환경에서 TK 정치권의 체질 변화에 대한 요구가 높다. 또 지역 정치권이 자생력을 길러 차기 정치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어야 한다고도 했다.

TK는 표를 몰아주며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보수 정당에 이번 대선에서는 과반의 득표조차 허락하지 않으면서 다당제의 염원을 분산된 표심으로 표출했다.

김영수(40'대구시 수성구 지산동) 씨는 "자유한국당이 독주했던 TK 정치 지형은 지난해 말 한국당이 바른정당으로 쪼개지고, 더불어민주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세까지 오르면서 다당제의 싹이 움트기 시작했다"며 "이번 대선을 계기로 어렵게 싹 틔운 다당제란 묘목을 제대로 키워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시의회 공무원 A씨는 "지방의회는 물론 단체장까지 모두 한국당 일색이니까 의회의 행정부 견제와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서로 색깔이 다른 정당이 의석을 나눠 가져 감시 역할에 충실한 의회를 기대한다"고 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시도민들은 TK란 우산 속에 안주하던 정치 체질을 바꾸고 수요자인 유권자 중심 정치로의 전환을 거세게 요구하고 있다"며 "특히 유권자들은 치열하게 경쟁하는 정치 구도 속에 선택의 폭이 넓어진 정치 스펙트럼을 원하고 있다"고 했다.

한 재선 지방의원은 "국회의원의 힘은 선수에서 나오는 데 TK 정치 복원을 위해서는 중진 의원과 초'재선 의원 간 조화와 균형을 통해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김형기 경북대 교수는 "대구는 지방분권 운동의 메카이자 전국에서 가장 지방분권 조직과 인프라가 잘 짜인 도시"라며 "지방분권이 문재인정부의 공약인 만큼 그간 미지근했던 TK 정치권이 앞장서 꼭 분권을 이뤄내야 한다"고 문재인정부의 지방분권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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