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조선은 동아시아 최초 고대국가였다…『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

입력 2017-05-13 00:05:01

새로 쓰는 고조선 역사-박경순 지음/내일을 여는책 펴냄

1966년 평양 검은모루 유적에서 대규모 구석기 유적이 발견됐다. 석기와 화석을 연대 측정 결과 70만 년 전 초기 구석기 유적으로 밝혀졌다. 이 땅에 인류가 거주하기 시작한 것이 약 100만 년 전이라면 한반도 일대가 고대문화의 한 축임이 입증된 셈이다.

또 1993년 북한에선 '단군릉 발굴보고서'가 발표됐다. 사회과학원 고고학연구소의 단군 유골(추정) 연대측정에서 5011±267이 나오면서 학계는 깜짝 놀랐다. 단군조선 창건이 BC 30세기 이전으로 소급되는 획기적인 자료였기 때문이다. 기존 학계의 BC 2333년 설이 무너지면서 한반도의 선사시대, 단군조선 이론들이 재검토 위기에 놓이게 되었다. 이 책은 이런 고고학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해석해 고대 한반도의 문명을 파헤치고 특히 고조선 역사의 비밀을 심도 있게 분석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청동기문화=1966년 평양 검은모루 유적에서는 석기와 더불어 수십 점의 짐승머리 화석과 뼈들이 출토됐다.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코뿔소, 코끼리뼈까지 출토돼 이 발굴을 근거로 한반도는 세계적으로도 가장 이른 시기에 사람들이 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설득력을 얻게 됐다.

북한학계의 단군릉 조사 연구와 평양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한반도 청동기문화의 발굴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청동기문화 기원은 BC 35세기경으로 중국의 청동기문화보다 1천 년 이상 앞선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청동기 문화를 열어간 것이다.

저자는 이 사실을 근거로 "우리나라의 고대 문화가 중국 황허문명의 직간접적 영향하에서 발생, 발전해 왔다는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발생에 대한 기존 상식은 재검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즉 고조선 문명은 황허문명에서 파생된 아류가 아니라 이보다 시기적으로 앞서 독자적으로 형성된 고대문명이라는 것이다.

◆고조선은 동아시아 최초의 고대국가=청동기 무렵 단군은 원시적인 정치기구들을 권력기구로 개편했고 이러한 사회적 변혁에 기초해 기원전 30세기 초 평양에 국가를 세웠다.

저자는 고조선의 성립 시기, 사회적 성격, 군대의 유무, 수도와 강역 등을 꼼꼼히 살피며 고조선이 동아시아 최초의 고대국가였다고 밝히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 학계는 고조선의 건국기년을 당요(唐堯) 무진년설에 의거해 기원전 2333년으로 보는 것이 통설이었다. 그러나 1993년 단군릉이 발굴되면서 고조선의 출발이 700년 이상 소급되게 된 것이다.

저자는 "단군릉이 발굴되고 단군 출생연대가 과학적으로 밝혀진 상황에서는 사실(史實)을 기준으로 단군조선의 건국연대를 과학적으로 확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즉, 단군조선의 출발시기를 BC 23세기에서 BC 30세기로 소급해 한국 고대사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사학 관점에서 북한 학설 수용=이 책은 분단사학이 아닌 통일사학의 관점에서 단군릉 발굴과 같은 북한학계의 연구 성과를 수용하고 있다. 저자의 연구방식과 이런 문제 제기에 대해 우리 역사학계에서는 소극적이다. 북한의 단군릉 발굴 자료에 대해서도 진지한 학문적 접근을 외면하고 있다. 물론 남북 역사학계의 합의나 교류, 공동연구가 없는 상태고 각각의 연구에 대해 종합적 검토 기회도 없었다. 그럼에도 작가의 이런 적극적인 학문 태도나 문제 제기는 한국 고대사, 특히 고조선 역사의 연구 지평을 넓히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402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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