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간 낮고 안전 허술한 월영교서 잇단 투신

입력 2017-05-10 00:05:00

올해 사망 사고 3명 발생, 자살예방 문구 등 대책 시급…市 "인명구조함 설치"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나무다리(길이 387m)로 유명한 안동의 관광명소 월영교가 '자살 다리'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될 위기에 놓였다. 지난 2003년 4월 다리를 개통할 때부터 우려됐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사고가 없다가 올 들어 잇따라 자살 사건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장치 설치 등을 통해 극단적 선택을 예방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30일 낮 12시쯤 월영교 3번 교각 아래에 유서를 남기고 실종됐던 A(27) 씨가 보조호수에 숨져 있는 것을 119구조대가 수색, 인양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오후 3시 55분쯤에도 월영교 남단 보조호수에서 실종됐던 뇌병변 4급인 B(69) 씨가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지난 1월 28일 새벽에도 월영교 팔각정에서 C(64) 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소지품이 발견돼 경찰과 소방 당국이 수색작업을 벌였다. C씨는 수색 3일 만에 월영교가 놓인 보조호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같은 자살 및 사망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월영교에 설치된 난간은 높이가 120㎝에 불과해 성인은 물론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구명튜브와 CCTV 등 최소한의 안전장비도 마련돼 있지 않았다.

이 때문에 시민과 관광객들은 서울 마포대교처럼 안전시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신모(29'안동시 당북동) 씨는 "마포대교에서 투신사고가 늘어나자 서울시는 매달리거나 넘어가기 어려운 난간을 추가로 설치했다"며 "월영교에도 안전장치를 설치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한 번 더 마음을 돌릴 수 있는 문구를 적어놓는다면 오히려 지금보다 더 인기가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사고가 늘어나자 안동소방서는 최근 안동시에 안전시설 및 CCTV 설치와 관련해 협조를 요청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월영교 사망 사고가 늘면서 최근 다리 양쪽 입구에 2개의 인명구조함(구명조끼, 튜브, 밧줄)을 설치했고, CCTV 설치도 논의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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