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혼식' 말고 '결혼'을…혼례 문화 거품 빼는 '작은 결혼식'

입력 2017-05-03 00:05:02

가까운 사람들만 불러 검소하게 치르는 '작은 결혼식' 문화가 조금씩 저변을 넓혀가고 있다. 고비용 결혼식 폐습을 개선하겠다며 정부가 6년 전부터 시행 중인 사업인데 참가하는 예비부부들이 요즘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

작은 결혼식은 말 그대로 적은 수의 하객만을 불러놓고 소박하게 치르는 결혼식이다. '검소한 결혼이 가치 있는 결혼입니다', '행복한 결혼, 작은 결혼식으로 시작하세요'를 슬로건으로 삼고 있는데, 호텔이나 전문웨딩홀이 아닌 공공장소'야외공간을 활용하는 까닭에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하객 수가 적기 때문에 오히려 차분하게 결혼식에 집중할 수 있고, 이색적이고 개성 넘치게 예식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예비부부들의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작은 결혼식을 치를 수 있는 장소도 늘어나고 있다. 올해 여성가족부는 '대한민국 작은 결혼식 으뜸 명소'로 218곳을 선정해 발표했는데 이는 2013년보다 90여 곳 늘어난 수치이다. 지난해 이 사업에 뒤늦게 동참한 대구시의 경우 금호강 하중도 유채꽃단지, 어린이회관, 옻골 한옥마을 등 11곳을 작은 결혼식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 2년차에 접어들면서 입소문이 나 문의와 신청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본란이 작은 결혼식에 주목하는 이유는 고비용 결혼식 문화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어서다. 잘 알려지다시피 거품 잔뜩 낀 고비용 결혼식은 부모의 허리를 휘게 하는 대표적 '등골 브레이커'다. 부모의 노후를 위협하고 결혼 포기자를 양산시키는 등 폐해도 크다. 하객 입장에서도 경조사비 과다 지출로 인한 경제적 고통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작은 결혼식은 우리 사회의 경조사 문화를 개선하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의 결혼식 문화는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씩의 청구서를 들이밀지만 정작 그 풍경은 공장 컨베이어벨트처럼 획일적이다. 우리나라 결혼식만큼 고비용이고 저효율인 이벤트도 잘 없다. 체면 문화에서 비롯된 겉치레 결혼식 문화가 개선되려면 무엇보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도 관련 정책 발굴과 사업 시행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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