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와 함께] 버려진 낡은 옷걸이 주워 이웃 줬는데 절도죄라니…

입력 2017-05-03 00:05:02

오해 풀고 사건 해결됐는데, 경찰 "즉결 심판 처리" 연락

최근 경찰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이모(62) 씨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난데없이 절도 혐의로 신고돼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연락이었다. 평소 봉사활동을 하며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았다고 자부했던 이 씨로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씨가 지난달 9일 볼일을 보러 들렀던 달서구 한 아파트 폐기물 집하장에서 가져온 낡은 스탠드형 옷걸이 때문이었다. 알고 지내는 외국인에게 옷걸이가 필요하다는 사정을 알고 있던 차에 버려진 옷걸이가 눈에 띄었던 것이다. 이 씨는 "20~30년 전에 만든 것처럼 낡아 보였고 누가 봐도 버린 물건이었다. 필요한 사람에게 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직접 차에 실어 가져다줬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사정을 몰랐던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경찰에 도난 신고를 했다. CCTV를 확인한 경찰은 이 씨를 절도 혐의로 수사했다. 단순한 오해라고 생각한 이 씨는 관리사무소 측에 사과하고 경찰 입회하에 옷걸이를 되돌려줬다.

그러나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얘기를 듣고 이 씨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관리사무소 측도 전후 사정을 듣고는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에게 가져다주라'며 옷걸이를 다시 줬기 때문이다. 이 씨는 "관리사무소 관계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미안해했는데도 경찰이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겠다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다.

그가 더욱 분통을 터뜨리는 까닭은 경찰의 애매모호한 처신 때문이다. 이 씨는 "'국민신문고'에 호소했더니 검찰로 사건을 보내지 않고 즉결심판 처리해주겠다는 연락이 왔다. 차라리 검찰이 명명백백하게 사실을 밝혀주길 바라는 마음에 경찰의 제안을 거절했다"며 "경찰이 실적을 염두에 둔다는 의심까지 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해당 사건이 접수돼 절도 혐의로 조사한 것"이라며 "현재 수사 중이라 검찰 기소 여부 등은 정해진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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