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바꾸는 병원 문화] <하>병문안 개선 성공하려면

입력 2017-05-03 00:05:02

간호인력이 '병구완 전담' 정착 나서야

보호자나 간병인 대신 간호인력이 간병과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병원 이용 문화를 개선할 대안으로 꼽힌다. 경북대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보호자나 간병인 대신 간호인력이 간병과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병원 이용 문화를 개선할 대안으로 꼽힌다. 경북대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병원 이용 문화는 '병문안 규제 강화'와 '국민 인식 변화'라는 '투 트랙' 전략을 통해 바꿀 수 있다. 병동 입구 차단문과 면회실 설치, 보안 인력 배치 등 물리적인 규제는 자연스럽게 병문안 문화 인식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간호인력이 환자 병구완까지 전담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병원 이용 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그러나 규제 강화만으로는 충분한 인식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다수가 이용하는 의료기관을 군사보안시설처럼 통제할 순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기관과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시민 의식 개선을 위해 협력하고, 의료기관은 방문객들이 병원 이용 문화에 대해 느끼고 경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 디자인'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상주하는 보호자 10명으로 줄어

지난달 27일 낮 경북대병원 호흡기 병동. 병동 앞 차단문에 '의료진 외에는 출입을 제한합니다'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병동 내부도 차분하고 조용했다. 몇몇 환자들이 휴게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병실 안에는 환자들만 누워 조용히 쉬고 있었다. 병동 내에는 보호자 면담실과 휴게실을 갖췄고, 간호인력이 상주하는 데스크 4곳이 설치돼 있었다.

이곳은 전문적인 간호인력이 간호'간병을 제공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지정 병동이다. 보호자나 간병인이 상주하지 않고 병실 방문도 제한되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낮고, 환자들은 회복에 전념할 수 있다. 현재 경북대병원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는 호흡기 질환자 40여 명이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면회 시간도 오전 10시~정오, 오후 6~8시로 제한된다. 면회나 보호자'간병인의 상주가 통제되기 때문에 병문안 문화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고미영 수간호사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도입한 지 넉 달이 되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초기에는 전체 입원 환자 절반 정도의 보호자가 병실에 머물렀고, 수시로 들락거렸지만, 지금은 병문안 인식이 바뀌면서 상주하는 보호자가 10명 이하라는 것이다.

입원 환자들의 만족도도 높다.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박재길(71) 씨는 "기존 다인실은 옆에서 떠들거나 음식을 나눠 먹는 환자들이 많고 의견 충돌을 빚는 경우도 다반사"라면서 "이곳에서는 조용한 분위기에서 회복에 전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는 대구경북 전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대구본부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대상 의료기관 99곳 가운데 41곳이 통합서비스 제공 의료기관으로 지정됐다. 서비스 제공 병상은 1천697병상으로 전체 1만5천475병상 중 10.9%를 차지한다. 이는 지난해 말 23개 의료기관, 1천89병상에서 3%포인트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미란 경북대병원 병동간호과장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더 빠르게 확대되려면 시설 구축비와 인건비 지원, 성과보수 지급 등 제도적인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용객 인식 바꿀 '서비스 디자인'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병원 이용 문화가 달라지려면 정책만큼이나 시민들의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이를 위해 이용자 중심인 '서비스 디자인'의 개념을 병문안 개선 홍보에 접목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서비스 디자인'은 의사나 간호사의 입장이 아니라 병원을 찾는 환자'보호자의 동선과 시선에 따라 자주 병문안 개선 홍보물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신 경북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문객들이 눈만 돌리면 병문안 개선 홍보물을 접할 수 있도록 '플로어 차트'를 구성하는 것이 좋다"면서 "무작정 면회를 막기보다는 이용자 스스로 느끼고 행동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홍보를 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역사회의 유기적인 협력도 필요하다.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병원 이용 문화 인식 개선을 위해 분야별로 협력해 시민 홍보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국에서 처음으로 면회실을 설치한 칠곡경북대병원의 경우 올해 초 보건복지부와 대구시 및 대구 북구청과 업무 협약을 맺고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활동과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감염 예방을 위한 정보 투명화도 과제로 꼽힌다. 지역사회에 어떤 전염병 확산 위험이 있는지, 감염원이 어디인지에 대해 시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면 자연스럽게 병문안을 자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

이미진 경북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현재는 전염병 발생 우려가 있어도 의료진만 아는 상황"이라며 "감염병 발생지역에 대한 지나친 공포감은 금물이지만, 감염 가능성과 감염 경로 등을 적극적으로 공개해야 병원 이용 문화 개선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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