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을 키우는 친척으로부터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었다. 주인이 죽으면 꿀벌들이 상주(喪主) 노릇을 한다는 것이었다. 양봉 농가에서 상(喪)이 나면 꽃가루 흰 띠를 두른 벌들이 날아다니는데, 그것이 상복 입은 벌이라고 했다. 이만한 장광설도 없다. 그런데 알고 보니 양봉업계에서는 '꿀벌 상주(喪主)설'은 제법 알려진 레퍼토리였다. 인터넷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의 '토봉고사' 항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토종벌을 키우던 조상 중에는 벌을 영물(靈物)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래서 토종벌 농가에 초상이 나면 삼베 조각 또는 왼 새끼줄을 꽂는 식으로 벌통에다 부고를 먼저 냈다. 그러지 않으면 벌들이 모두 가출하거나 죽는다고 믿었다. 벌은 또한 예지력이 있어서 주인이 죽기 전에 미리 하얀 띠를 두른 채 날아다닌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있다. 옛사람들은 이를 '벌이 몽상(蒙喪)을 입었다'라고 표현했다.
개체로서 벌은 단세포처럼 행동하지만 군집 전체로는 고도의 지능을 지닌 유기체로 느껴진다. 여왕벌을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경이롭다. 그런데 2000년대 들어 꿀벌들이 집단폐사하고 그 수도 현격히 줄어들고 있다. 바이러스 원인설에서부터 휴대전화 전자파설, 공해설, 지구 극이동 관련설 등이 있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일찍이 천재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꿀벌이 사라지면 지구상 식물종의 상당수가 멸종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식물의 수분(受粉)이 벌을 통해 대부분 이뤄지는 만큼 벌이 없으면 지구에 생명체가 번성하기 어렵다는 것은 너무도 지당한 말씀이다.
봄꽃이 한창인 요즘 꿀벌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 농약 때문이다. 열매가 너무 많이 열리는 것을 막기 위해 과수 농가에서 뿌리는 적과제로 인해 꿀벌이 집단폐사하는 일이 속출하고 있다. 당국은 과수꽃이 다 진 뒤에 적과제를 사용하라고 계도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벌이 없으면 인간도 없다. 꿀벌 수난시대에 '꿀벌 보호를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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