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부위 치료 때마다 고통…목이 쉬도록 울었다
"몸에 뜨거운 물이 쏟아진 순간, 지옥이 떠올랐어요. 마치 수십 개의 바늘과 칼이 제 몸을 마구 찌르는 것 같았어요." 이달 초 엉덩이와 다리에 중화상을 입은 박현수(가명'16) 군은 이 말을 남기고 입을 닫았다. 현수의 할머니 김정순(가명'64) 씨는 "열흘 동안 둘 다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현수는 매일 화상 부위에 약을 바르고 거즈를 갈아야 했다. 치료실에서 현수가 아파 흐느끼는 소리가 새어 나오면 정순 씨는 어쩔 줄 모르고 눈물만 삼켰다. 정순 씨는 "내가 애를 망쳤다"고 가슴을 쳤다. "다 내 탓이야. 어린 애가 뭘 알겠어. 어른인 내가 주의했어야 하는데…."
엉덩이 화상이 너무 심해 변기에도 앉을 수 없었던 현수는 화장실에 가지 않으려 며칠간 굶기도 했다. 기력이 떨어져 수액을 투여해도 속이 메스껍다며 게워내기 일쑤였다. 현재 현수는 혼자 화장실을 갈 수 있을 만큼 회복했다.
◆화상 수술 두 차례 받고 목 쉬도록 울어
현수가 사는 한옥은 봄에도 냉기가 돌았다. 거실 한가운데에 연탄난로를 피우고 난로 위 냄비에 물을 끓였다. 정순 씨가 끓는 물이 담긴 냄비를 소파에 잠시 올려둔 게 실수였다. 현수가 냄비가 있는 줄 모르고 소파에 앉으면서 뜨거운 물이 현수의 엉덩이와 다리에 쏟아졌다. 현수는 입고 있던 바지를 벗었지만 깊은 화상을 입은 피부가 옷과 함께 벗겨졌다. 정순 씨는 거실이 물바다가 되도록 현수에게 찬물을 끼얹었지만 되돌리긴 이미 늦은 상태였다.
이틀 뒤 현수는 엉덩이와 다리의 죽은 피부를 벗겨 내고 인공피부를 덮는 수술을 두 차례 받았다. 현수는 수술실에서 나올 때마다 극심한 통증을 겪으며 목이 쉴 정도로 고함을 질렀다. 수술 뒤 일주일가량은 엎드려 지냈다. 이불이 흠뻑 젖을 정도로 진물이 심하게 났고 통증이 너무 심해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해야 했다.
"현수가 얼마나 울었던지 병원에서 모르는 환자가 없을 정도야. 그래도 우리 현수가 이제는 안 울어." 다행히 현수는 회복이 빨랐다. 사고가 난 뒤 열흘을 기점으로 현수의 상태는 크게 호전되고 있다. 정순 씨는 두 손을 모아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했다.
◆엄마 없이 자라며 잔병치레 많아 노심초사
현수의 어머니는 현수가 돌이 됐을 때 종적을 감췄다. 할머니 품에서 자란 현수는 어려서부터 잔병치레가 끊이지 않았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감기를 앓았고 중이염도 심했다. 발목을 자주 접질린 현수는 매번 정순 씨 등에 업혀 병원에 갔다. "이 녀석은 약으로 컸어. 엄마 없는 애라 가여운데 아픈 데는 얼마나 많은지 잠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어."
정순 씨는 애지중지 키운 현수가 자신 탓에 다친 것 같아 죄책감을 씻을 수가 없다. 건물 청소로 생계를 유지하는 정순 씨는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현수를 돌본다. 일과 간병으로 몸은 고되지만 병원비 걱정에 마음 편히 잠을 이룰 수 없다. 정순 씨의 월급은 120만원 남짓. 건설 현장에서 일용직으로 일하는 현수의 아버지는 몇 달 전 일터에서 발목을 심하게 다쳐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들지만 일거리를 찾으려 매일 집을 나선다.
그래도 정순 씨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힘이 난다"고 했다. 현수의 친구들은 편지를 들고 찾아왔고, 학교에서도 현수가 빨리 회복되길 기원하고 있다. 이웃들은 낮에 현수를 간병하거나 반찬을 만들어 준다. 현수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들은 제약회사에서는 화상 부위에 붙이는 치료재료인 드레싱용 폼을 무료 지원해주고 있다. 그 덕분에 치료비 부담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내야 할 병원비가 800만원에 가깝다. "치료비 걱정에 밤잠을 못 이루지만 현수를 도와주는 많은 분들이 있어서 힘을 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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