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미국 시카고에 있는 과학기술관(MSI)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전시관 내 한 곳에 가니 병아리가 알을 깨고 나오는 장면을 바로 옆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 둔 것이 아닌가? 달걀에서 병아리로의 부화는 천지개벽의 변화가 생기는 것인데, 이런 생명의 신비를 눈앞에서 보도록 한 기획이 참으로 신선했다. 이 코너는 1956년부터 지금까지 60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사람은 쥐를 연구하지만 쥐는 사람을 연구하지 않는다. 사람은 쥐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동물, 식물, 무생물, 지구, 우주의 삼라만상을 연구한다. 왜 연구하느냐고 묻는다면, 가장 그럴듯한 대답이 '궁금하기 때문이다'가 아닐까? 사람은 생물 중에서 유일하게 호기심을 바탕으로 사람과 자연에 관한 지식을 모으고 이를 체계화한다. 나아가 이성적인 사유를 통해 사람을 포함하는 자연을 이해하고 그 법칙을 찾아낸다. 중국 고전인 대학(大學)에서도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가서(格物) 높은 이해의 경지에 이른다(致知)'라고 했다. 이것이 과학의 시작이다. 과학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고 기술은 새로운 산업을 만들어 세상을 바꾼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로봇이 사람처럼 일하는 시대가 됐다. 인공지능(AI)은 이미 작년에 세계 최고수의 바둑기사 이세돌을 가볍게 이겼다. 회사의 경영 판단이나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AI는 실용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계속 발전하면, 사람이 AI의 지배를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수십 년 안에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하며 AI를 만들어내는 AI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사회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해 혼란이 예상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은 법률적인 책임주체로서의 '인격'을 AI에 부여하자는 안을 내고 있다. 일본 인공지능학회도 AI 연구개발의 윤리지침을 마련해, 연구자가 가져야 할 윤리성을 AI에게 요구하고 있다. 개발과 이용에 있어 안전 확보, 이용자에게 정보 제공과 주의 환기, 차별 금지, 프라이버시 존중, 악용 방지, 사회와의 대화 등이 포함됐다. 마지막으로 'AI가 사회 구성원 또는 이에 준하는 자가 되려면 학회원과 동등하게 윤리지침을 준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세상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점점 가속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AI나 생명과학 등에서 파생되는 소위 첨단과학이나 최신기술을 모두 알 수는 없다. 그러나 그 기초가 되는 원리나 맥락을 이해하고 있다면 세상의 흐름에서 내팽개쳐지는 일이 생기지 않을 것이다. 과학관의 도움이 필요한 이유이다.
달성군 테크노폴리스에 있는 국립대구과학관은 2013년 12월에 개관했다. 해마다 70만 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으며, 지금까지 211만 명이 다녀갔다.
대구과학관에서는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해를 넓힐 수 있는 각종 체험 전시물을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통해 소개하고 있다. 병아리가 알을 깨고 부화하는 장면을 옆에서 볼 수 있는 전시물도 기획 중이다. 천지인학당에서 숙박하면서 국내 최대급인 1m 반사망원경을 통해 깊은 우주를 볼 수도 있다. 이 밖에도 수많은 체험 전시물과 교육 프로그램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다.
과학관에서는 과학의 기초 원리를 이해하고, 평소 궁금했던 것을 해결할 수 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자연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그 호기심은 사물의 이치를 끝까지 파고들어 높은 이해의 경지에 이르도록 이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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