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 대구 3호선 '하늘열차' 타고 도심여행

입력 2017-04-27 00:05:01

그냥 지나친 대구의 속살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 우주 정거장에 햇빛이 쏟아지네."

만화 '은하철도 999'의 주제가 첫머리다. 텔레비전에서 전주가 나오면 가슴이 벌렁벌렁했다. '행복 찾는 나그네'와 '엄마 잃은 소년'이 된 듯 빠져들었다. 하늘을 나는 열차, 매혹적인 설정이었다. 만화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2015년 대구도시철도 3호선 '하늘열차'가 개통하면서다. 전동차는 저공비행하는 새처럼 도심을 통과한다. 출퇴근 때만 이용하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하늘열차의 또 다른 활용법이 있다. 바로 도심 여행의 동반자다. 차를 두고 모노레일을 타자.

 

◆차표 한 장 손에 들고

이달 23일 하늘열차가 두 돌을 맞았다. 사람이면 말이 트이고 제법 걷는 나이가 된 셈이다. 이젠 시민의 삶 속에 안착했다. 답답한 지하에서 나와 '어둠을 헤치고 햇빛이 쏟아지는' 출퇴근길을 열어주었다. 지난달까지 이용한 사람이 모두 5천68만7천 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와 비슷하다. 월평균 211만 명이다. 10~15m 높이 교각을 염려하던 시선은 이제 긍정으로 바뀌었다.

경치도 좋아졌다. 어지러운 지붕과 들쑥날쑥한 간판을 정비했다. 개통 전 시범운행 때 봤던 깨진 화분과 부서진 가구 등 곳곳의 생활폐기물들이 사라졌다. 밋밋한 아파트 벽면은 화폭이 됐다. 선과 색으로 표현한 그림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전동차와 역사도 볼거리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치장한 전동차는 아이를 둔 부모들이 꼭 한 번은 타야 하는 명물이 됐다. 어린이회관역(어린이테마)과 황금역(선거테마), 만평역(건강계단), 남산역(시민행복문고) 등은 특색 있는 장소로 변신했다.

하늘열차를 하나의 문화로 즐길 때가 됐다. 바로 여행에 활용하는 것. 우선 여행 목적을 정하자. '편안한 일상의 연장'이거나 '색다른 볼거리와 체험'인지, 아니면 편안함과 색다름을 적절히 섞을 것인지 말이다. 3호선은 큰 뼈대이자 밑그림이다. 여기에 취향을 담아서 스스로 여행을 완성하는 것이다.

첫 시작은 자리 확보다. 전동차 앞'뒤 자리가 명당이다. 앉아서 도시 풍경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편도 48분 동안 싼값에 움직이는 전망대를 만끽한다. 이 때문에 자리를 맡기 쉽지 않다. 칠곡경대병원역과 용지역 등 첫 출발 역사 승강장에서 기회를 엿봐야 한다.

갈 곳을 크게 4구역으로 나눴다. A(칠곡경북대병원역~팔달역), B(공단역~서문시장역), C(신남역~수성시장역), D(수성구민운동장역~용지역) 등등. 구역마다 들를 곳을 골랐다. 보완할 곳을 추가했다. 볼거리가 있으면 즐길거리를 추가하고, 먹을거리가 있으면 쉴 곳을 더했다. 많이 걷고 나서는 시장기를 달랠 곳을 찾았다. 봄이라는 계절도 고려했다.

송재일 대구경북연구원 사회문화연구실장은 "도시 관광의 핵심은 교통 연결성인데, 대구의 경우 3호선으로 인해 서문시장과 수성못, 김광석길 등 관광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됐다"며 "앞으로 도시철도와 버스 등 교통수단 간 환승이 가능한 시티투어 통행권을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역사마다 관광안내 표지를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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