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솎아내려 고독성 사용, 꿀벌 보호 농약 규제법 필요
봄철 꿀벌 활동기와 과수 농가 방제 시기가 맞물리면서 꿀벌들의 농약 중독 의심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농촌진흥청과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과수 농가들을 대상으로 꿀벌 피해가 적은 친환경 적과제(열매가 많이 달리지 않도록 뿌리는 농약) 사용을 권장'홍보하고 있지만, 고독성 농약의 사용을 제재할 관련 법규가 없어 양봉 농가의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안동시 등에 따르면 최근 안동시 이천동 한 양봉장에서 꿀벌 200군(벌통을 세는 단위, 1군은 꿀벌 4만~5만 마리)이 집단 폐사했다. 해당 농가는 전체 꿀벌 중 140군이 폐사했고, 이틀 뒤 나머지 60군이 모두 폐사해 6천만원 상당의 재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집계됐다. 관계 당국은 원인 파악에 나섰고, 양봉장과 산을 하나 두고 위치한 한 과수 농가에서 앞서 두 차례 카바릴수화제가 포함된 농약을 뿌린 것을 확인했다.
카바릴수화제는 꽃이 피었을 때 살포하면 꿀벌이 집단 폐사해 양봉 장소를 옮겨야 할 정도로, 매개곤충에겐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부 농가는 여전히 노동력 절감을 위해 열매솎기 효과가 높은 카바릴수화제를 사용하고 있다. 유기덕 한국한봉협회 안동시지부장은 "친환경 농약은 그나마 덜한 편이지만 카바릴수화제가 포함된 농약이 양봉장 인근에서 사용되면 약성이 줄어들 때까지 주변 꿀벌은 씨가 마른다"고 했다.
하지만 과수 농장주들은 카바릴수화제 사용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 김모(58) 씨는 "적과를 위해 저독성인 석회유황합제를 사용하면 일손이 부족한 시골에서 3, 4차례 살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반면에 카바릴수화제는 성분이 강해 한 번만 사용하더라도 적과 효과가 뛰어나 불필요한 작업시간을 단축할 수 있어 많은 과수 농가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가 이렇다 보니 전문가들은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과 같은 '꿀벌 보호를 위한 법률'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명원 경북농업기술원 지도사는 "꿀벌은 전 세계적으로 식물의 수정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매개 곤충인데 꿀벌이 줄어들면 식물의 후대 생산이 불가능해지고 불가피하게 생태계 파괴가 일어난다"며 "이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이에 대한 활발한 연구와 법률이 마련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양봉장 인근에서는 꿀벌에 대한 독성이 낮은 저독성 농약을 사용하도록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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