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직원 임금 떼먹고도 사업주는 떵떵거리며 사는 사회

입력 2017-04-26 00:05:01

임금'퇴직금을 고의로 체불하고도 번질나게 해외여행 등을 다닌 악덕 기업주가 구속됐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구미시에서 한 휴대폰 케이스 제조업체를 경영해오다 지난해 폐업한 A씨는 근로자 67명의 임금'퇴직금 15억5천만원을 주지 않다가 적발돼 최근 사법 처리됐다. 그가 임금을 체불한 이유는 돈이 없어서가 아니다. 정작 자신과 가족은 흥청망청 돈을 썼다. 그러고도 땀 흘려 일한 직원들의 월급'퇴직금은 나 몰라라 한 것은 기가 막힐 일이다.

드러난 A씨의 악덕 행위는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그는 수시로 공금에 손을 댔다. 부인 성형 수술비, 해외여행 비용, 아들 사업자금, 사채 변제 등 회사 공금은 아예 쌈짓돈이었다. 원청업체로부터 납품비를 모두 받고도 당국 조사에서는 "일부만 받았다"고 속였다. 임금을 떼먹기 위해 온갖 거짓말과 추잡한 수법까지 동원한 것이다.

문제는 A씨 사례처럼 기업 활동을 빙자해 반사회적인 악행을 서슴지 않는 기업주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구미공단 내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직원이나 친척 명의로 회사를 쪼갠 후 폐업과 법인 신설을 반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세금 문제를 피하거나 근로자 임금'퇴직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비정상적인 수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최근 재산을 빼돌려놓고 지방세를 장기 체납해온 기업주 등이 무더기로 적발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우리 사회를 위태롭게 하는 임금 체불과 탈세 문제가 사실상 위험 수위에 도달한 것이다.

한국의 임금 체불이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큰 일본의 10배에 달한다는 통계다. 지난해 임금을 받지 못한 전체 근로자가 약 32만 명으로 체불 규모는 1조4천억원으로 나타났다. 불경기를 핑계로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사업주가 적지 않고, 회사 사정이 나쁘지 않은데도 임금 지급을 미루는 사례도 있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임금 체불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는 악덕 기업주가 갈수록 늘고 있다는 점에서 더는 비난만 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응분의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한다. 건강하고 정상적인 사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국은 체불 문제에 엄히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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