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회실 따로 마련, 환자도 손님도 "편안하게 대화"
'떼거리· 병문안 고질적 문제
감염 위험에 환자 휴식 방해
병실 면회 금지 2년, 안착 단계
대학병원들도 개선 대책 추진
'떼거리' 병문안 문화는 병원 이용 문화 중 가장 고질적인 문제로 꼽힌다. 병원 내 감염 위험을 높이는 주범인 데다 병실 환경을 어지럽혀 환자들의 휴식을 방해하는 탓이다. 환자와 보호자, 면회객이 뒤섞이는 병실은 각종 도난사고나 이용객들 간 다툼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올 하반기부터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이 같은 무분별한 병문안 문화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대구시내 각 대학병원들이 올 상반기까지 병동 차단문 설치와 별도의 면회 공간 마련 등에 나설 방침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구호에 그쳤던 병문안 문화 개선이 본격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환자에겐 휴식을, 병실에는 평화를
20일 오후 칠곡경북대병원 1층 고객서비스센터. "면회하러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인을 찾아온 신경용(52) 씨가 안내 담당 직원에게 면회 절차를 물었다. 신 씨는 담당 직원이 건네준 면회신청서에 환자의 이름과 면회객들의 명단을 적었다. 담당 직원은 환자에게 면회 의사를 확인한 뒤 신 씨 일행을 면회실로 안내했다.
신 씨는 "병실로 면회를 가면 다른 환자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눈치를 보게 되는데, 따로 면회실이 있으니 좀 더 편안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지난 2015년 8월 전국 최초로 방문객의 병실 면회를 전면 금지했다. 이는 무분별한 병실 방문이 병원 내 감염병 확산을 초래하고, 환자들의 휴식을 방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방문객들은 별도로 마련된 면회실에서만 환자를 만날 수 있다. 면회실은 병원 1층 로비와 2층 복도, 입'퇴원 라운지 등에 마련됐다. 면회객들은 입구에서 면회신청서를 작성한 후 면회실에서 대기하면 호출을 받은 환자가 면회실로 찾아오게 된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는 각 병동 입구에 마련된 휴게실에서 면회객을 만날 수 있다.
이곳 면회실은 매달 6천여 명이 찾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면회실을 찾은 면회객은 평일 2천123명, 주말 3천693명 등 5천816명에 이르렀다. 이곳 조선영 고객서비스팀장은 "지하주차장 등을 통해 몰래 병실로 간 면회객들이 눈에 띄면 병실 밖에서 면회를 하도록 권유한다"면서 "도입 초기에는 면회객들의 반발이 심했지만 이제는 더 편하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병실 면회가 금지된 지 2년이 지나면서 병문안 문화도 안착하고 있다. 지인을 면회 온 김성우(52) 씨는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병문안이 감염 위험을 높인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면서 "병실에 찾아가면 앉을 자리도 없이 다른 환자들의 눈치를 봐야 하지만 면회실은 그런 게 없다"고 했다.
환자들의 호응도 높다. 정해진 시간에만 면회객이 오기 때문에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고, 회복에만 전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를 받으려고 입원했다는 김기영(52) 씨는 "면회실로 와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다른 환자들을 방해하지 않고 대화를 나눌 수 있어 병실도 조용하고 쾌적해져서 좋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턴 함부로 면회 못 해
병문안 문화 개선 움직임은 올 연말까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대구시내 대학병원들이 일반인들의 병실 방문을 제한하는 방안을 일제히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각 대학병원들은 올 상반기 중으로 면회객들이 마구잡이로 병실로 들어갈 수 없도록 차단문을 설치하거나 별도의 면회실을 설치할 방침이다.
경북대병원은 오는 6월 말까지 전 입원 병동 입구에 차단문을 설치하고, RFID 카드 리더기를 설치해 허용된 면회 시간 외에는 출입을 통제할 방침이다. 면회 시간은 평일 오후 7시~7시 30분, 주말 오전 11시~11시 30분이다. 병실 출입증은 보호자 1명에게만 지급되고, 거동이 가능한 환자는 병동 입구에 마련된 휴게실에서만 면회객을 만날 수 있다.
다른 대학병원들도 병문안 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환자당 하루 면회객을 두 명 이하로 제한하고 엘리베이터 입구 등에 차단문을 설치해 아무나 들어갈 수 없도록 한다는 것. 병문안 시간이 정해지고 면회 인원과 갖고 들어가는 물품도 제한된다.
병문안 방식이 대폭 개선된 데는 정부의 감염 관리 강화 대책이 주효했다. 정부는 제3기(2018~2020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준에 병문안 문화개선 체계를 갖추면 가산점 3점을 주도록 변경했다. 3점은 상급종합병원 지정평가에서 당락을 결정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정호영 경북대병원 병원장 권한대행은 "환자들도 원하지 않고, 방문객도 억지로 찾는 병문안 문화는 허례허식"이라며 "병문안이 제한되면 병원 내 감염 위험성이 크게 줄고, 병원 환경이 개선돼 환자들도 회복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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