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짓는 마음으로 환자 식사 준비·영양 관리 교육
환자에게 균형 있는 영양식은 '보약'과 같다. 병원의 영양사가 의료진의 한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이유다. 영양사들은 '싱겁고 맛없는 병원 밥'이라는 씁쓸한 평가에도 약을 짓는 마음으로 환자의 식사를 준비한다. 병원 영양사는 식단 작성뿐만 아니라 영양 상담을 해주고 의료진과 함께 환자의 영양 상태도 집중 관리한다.
◆급식부터 임상까지 바쁜 하루
21일 오전 10시 경북대학교병원 입원병동. 김주혜(29) 영양사가 병실 문을 두드렸다. 김 씨는 환자에게 "현재 투여 중인 약물이 비타민K와 상호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식단에서 비타민K를 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음식이 너무 싱겁다"는 환자의 불평에 김 씨는 "밥도 약이라고 생각하고 건강 회복을 위해 잘 드셔야 한다"고 달랬다.
김 씨는 영양 상태가 '불량'한 환자 30여 명을 매일 찾아가 체중 변화와 식사량 등을 확인한다. 당뇨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30분간 영양 교육을 하는 것도 김 씨의 몫이다.
오전 11시가 되자 김정민(26), 추소연(25) 영양사가 위생모자와 마스크, 비닐장갑을 착용하고 조리실로 들어섰다. 이들은 음식이 담긴 그릇의 뚜껑을 일일이 열어보며 눈으로 확인했다. 당뇨 환자나 저염식 또는 멸균식이 필요한 환자의 식재료나 조리법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반찬 갈아서 준비' '견과류 알레르기 있음' 등 환자의 요청이 충분히 반영됐는지도 꼼꼼히 살폈다.
추 씨가 점심식사가 준비된 식판을 통째로 냉동고에 넣었다. 추 씨는 "식중독 사고 등을 대비해 원인을 찾기 위한 '검사용 견본'인 보존식을 영하 18℃ 이하에서 1주일간 보관한다"고 설명했다.
식단을 짜는 조민정(31) 영양사는 "식단을 짜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영양소 균형"이라고 했다. 영양사들은 식단에 제한이 없는 환자의 일반식 식단을 먼저 짜고 이를 기준으로 환자식과 소아식을 준비한다. 환자식은 식재료나 염분, 조리법을 조정하고, 소아식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추가한다. 조 씨는 "건강을 위해 싱겁게 만들기 때문에 '맛이 없다'는 불평을 듣거나 병실로 불려가 혼나는 경우도 많다"고 웃었다.
◆365일 쉬는 날 없어…의료진과 협업도
병원 영양사의 업무는 급식과 임상으로 나뉜다. 급식 담당은 배식 전에 환자식의 상차림을 확인하고 보존식을 관리한다. 식자재와 조리실 위생 상태를 확인하는 것도 급식 담당 영양사의 업무다.
일반 영양사와 달리 병원 영양사는 환자의 건강 회복에도 관여한다. 영양 상태가 나쁜 환자의 식생활과 체중 변화를 확인하고 식단에 대해 조언한다. 당뇨식'저염식 등이 필요한 환자에게 주의 사항도 알려준다. 또 의료진과 함께 영양집중지원관리(NST)를 통해 환자의 영양 상태를 개선한다.
임상 업무를 전문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임상영양사' 자격증도 따로 있다. 임상영양사 교육기관에서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영양사 경력이 1년 이상 돼야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의료진과 협업을 통해 환자의 영양 상태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민지 경북대병원 영양팀장은 "임상영양사가 되려면 임상대학원을 졸업해야 하고 교육과정도 까다롭다"고 했다.
병원 영양사는 최선을 다해 준비한 음식이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때 힘이 빠진다고 했다. 식품영양학과 학생들에게 병원 영양사는 선호도가 높지만 근무 여건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 팀장은 "병원에는 365일 환자가 있기 때문에 주말이나 명절, 공휴일에도 당직 근무를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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