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살부터 6년째 투병, 친구는 스마트폰뿐
박정호(가명'9) 군의 유일한 친구는 스마트폰이다. 6년간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으로 투병하면서 친구를 사귈 기회가 없었던 탓이다. 정호는 병원이나 집에서 스마트폰 게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어머니 정가연(가명'43) 씨는 "전자파에 오래 노출되면 건강에 좋지 않을 텐데 아픈 아이가 별달리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고민했다. 망설이던 가연 씨가 스마트폰을 빼앗자 정호가 베개에 얼굴을 묻고 칭얼댔다. 가연 씨는 정호에게 책을 읽어주며 달랬다. "투병생활이 길어지면서 정호의 짜증이 늘었어요. 건강할 때는 여간해선 잘 울지 않았는데…. 오죽 아프고 힘들면 그럴까 싶어요."
가연 씨는 정호의 치료 일지를 쓰고 있다. 치료 일지 상단에는 '오늘도 무사히 넘기길. 정호야 고마워'라고 적혀 있었다. "정호가 지금까지 잘 버텨준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할 뿐이에요." 가연 씨는 "정호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반복했다.
◆6년간 투병생활…고비만 세 차례
정호가 백혈병에 걸린 것은 2012년, 세 살 때였다. 치료 경과는 좋았지만 2015년 백혈병이 척수 신경에 재발했다. 정호는 재발 직후 항암화학요법을 받다 심한 부작용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췌장에 이상이 생겨 2주 동안 설사와 구토를 했고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몸무게가 20㎏까지 빠지면서 결국 항암화학요법을 중단했다. 지난해 5월 방사선 치료를 무사히 끝낸 정호는 매주 한 차례씩 유지치료를 받고 있다. 그러나 위험은 다시 찾아왔다. "지난해 11월 정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정호가 찬바람을 맞고 건강관리를 못한 탓에 폐렴이 온 거예요. 산소호흡기를 단 정호를 보는데 손이 덜덜 떨리더군요."
정호는 3주 만에 무사히 퇴원했지만 지난달 또다시 쓰러졌다. 열이 펄펄 끓었고 빈혈 증세까지 보였다. 간 수치는 건강한 사람보다 40배나 높았다. 치료가 길어지면서 간에 무리가 가고, 면역력이 상당히 떨어진 탓이었다. 의사는 "치료를 포기하자"고 했지만, 정호는 끝내 견뎌내고 병상에서 일어났다. "앞으로도 유지치료를 계속해야 해요. 유지치료 중에도 언제든지 백혈병이 재발할 우려가 있대요. 지금 몸 상태로는 정호가 유지치료조차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학교 대신 병원…치료 힘들어 음식 거부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정호가 학교에 간 건 개학식 때 딱 한 번뿐이다. 학교 가기 전날 밤, 정호는 소풍을 앞둔 아이처럼 들떴다. 직접 실내화와 필통을 챙기고 가방도 여러 번 고쳐 멨다. 학교에 간 정호는 무리 지어 어울리는 반 친구들과 한 발 떨어져서 따라다녔다. 쭈뼛거리면서도 친구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같이 놀자"고 했다. "내일도 예쁜 짝꿍 옆에 앉겠다"며 신이 났던 정호는 다음 날부터 병원에 가느라 학교에 가지 못했다. 병원에서 유지치료를 받고 돌아온 정호가 "속이 메스껍다"며 밥상을 밀어낼 때 가연 씨는 마음이 찢어진다. "병을 이기려면 잘 먹어야 한다"고 아무리 타일러도 정호는 고개를 내젓는다. "밥 두 숟가락 먹이기도 어려워요. 정호가 밥 먹다가 구토라도 하면 덜컥 겁이 나서 바로 병원에 데려가요. 의사 선생님이 '약 때문에 메스꺼워서 그렇다. 괜찮다'고 해주셔야 마음을 놓아요."
유치치료를 받는 데 매달 50만원가량 병원비가 든다. 병세가 나빠져 입원할 때마다 200만~500만원의 큰돈이 나간다. 가연 씨 남편의 월급은 150만원 정도. 그마저도 정호를 간호하느라 일을 쉬면 100만~12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지금까지 병원비가 얼마나 들었는지 가늠도 안 돼요. 빚만 3천만원이 넘어요. 오죽하면 같은 병실에 있는 환아 엄마에게 돈을 빌렸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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