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학계 안 내고도 인턴·창업 등 진로 탐색"

입력 2017-04-24 00:05:00

한국판 '갭 이어' 한동대 자유학기제 주목

이윤지 씨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미국 기업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이윤지 씨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미국 기업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1.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4학년 이윤지(22'여) 씨는 지난해 3학년 2학기 때 '자유학기제'를 통해 외국기업에서 인턴을 경험했다. 자유학기제는 쉽게 말해 학교 수업 외 활동을 통해서 학점을 얻을 수 있는 제도다. 그녀는 지난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한 에너지 컨설팅회사 인턴으로 뽑혀 3개월간 근무할 때 자유학기제를 이용한 것이다. 이 씨는 "휴학계를 내고 인턴을 하면 학교와 단절된다는 느낌이었다. 자유학기제를 통해 대학에 적을 두면서 교수님과 수시로 연락을 했고 보고서도 작성해 학점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2. 같은 대학 전산전자공학부 4학년 김난(21'여) 씨도 이번 1학기 때 자유학기제를 이용하고 있다. 그녀는 금융 관련 스터디를 같이 하던 교수'학생들과 함께 현재 '로그 어드바이저'(인간 대신 자산운용을 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일종)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김 씨는 "다른 수업을 들으면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는 버거워서 자유학기제를 신청했다"며 "평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학점도 받을 수 있는 자유학기제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동대가 2015년 2학기 때부터 도입, 시행하고 있는 자유학기제에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대학의 자유학기제는 학생들이 현장실습, 인턴십, 프로젝트 수행, 창업, 언어습득, 국내외 사회봉사 등 다양한 체험을 자율적으로 경험하도록 해주고 이를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일반적으로 1학기 정도를 이용할 수 있으며 최대 12학점을 인정받을 수 있다. 한동대는 이 제도를 2015년 시범 운영한 뒤 2016년부터 국내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이용하려면 먼저 어떤 것을 수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런 뒤 전공과 연계성 등을 포함한 계획서를 지도교수에게 신청하면 교수는 학점 인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한동대 교무지원팀 박남주 담당은 "대학생들이 보통 학과나 취업 공부에 시달려 자신의 진로나 꿈을 제대로 고민하지 못한다"며 "자유학기제를 통해 자신을 탐색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학계를 내면 졸업이 늦어지지만 자유학기제는 그런 시간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보완할 부분도 적잖다. 무엇보다 재정적 부담이다. 학생들이 자유학기제를 이용하려면 등록금을 내야 한다. 한동대는 이런 부담을 덜기 위해 자유학기제 이용 학생에게는 장학금으로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장학금 비율을 50% 정도 늘리고 향후 최대 90%까지 장학금으로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판 갭 이어

한동대의 자유학기제는 '갭 이어'(Gap Year)라는 진로교육의 일종이다. 갭 이어란 일정 기간 진로 탐색, 교육, 인턴, 창업 등 다양한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수업으로 인정해 진로선택을 지원하는 제도다. 1960년대 영국에서 시작된 갭 이어는 현재 유럽 대다수 국가에서 하고 있고, 영미권 대학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갭 이어 도입으로 학생들의 대학 중도 포기율이 크게 낮아지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도 최근 이른바 '한국판 갭 이어' 도입을 적극 권장하기로 방침을 잡았다. 취업난 해결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이 스스로 적성을 파악하고 준비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 전환 때문이다.

한국판 갭 이어는 한동대를 시작으로 아주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 일부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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