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은 풍족한 땅이다. 넓은 황금 들판은 수확을 선물한다. 산과 계곡은 위안을 준다. 둥지처럼 곳곳에 마을이 깃들였다. 강은 의성의 모태이다. 위천과 쌍계천이 탯줄처럼 문명을 키웠다. 강을 따라가면 역사문화를 만나게 된다. 연 축제를 즐기고 나서 강을 따라 더 풍성한 봄 여행을 누리자.
쌍계천 복사꽃·초록 마늘밭 하얀 꽃·조문국 작약 꽃
◆강 따라 멋 따라
연축제가 열리는 위천생태하천에서 출발했다. 강은 거슬러 올라가야 제 맛이다. 하행하는 물결의 얼굴과 마주 보기 때문이다. 잘게 부순 유리가 햇빛을 튕겨 내듯 강은 비늘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일대는 경북의 3대 평야로 불리는 안계평야가 있다. 삼한시대 때부터 유명한 곡창지대였다. 위천은 비안면 쌍계리에서 쌍계천과 갈라졌다. 쌍계천을 따라 봉양면 구산리에 이르면 복사꽃이 펼쳐졌다. 초록 마늘밭에 하얀 꽃이 수를 놓았다.
이어서 도착한 곳은 조문국박물관(금성면 초전리). 의성지역 고대국가인 조문국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장례풍습에 대한 설명, 출토된 토기와 왕관의 학술적인 의미가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었다. 인근에 수십 기의 고분유적이 있었다.
1960년대부터 발굴조사를 벌여 공작새 날개 모양의 금동관, 나비 모양의 관장식, 금동신발, 귀고리 등을 발굴했다. 여러 고분 중 비석이 세워진 경덕왕릉은 둘레가 74m, 높이는 8m다. 유적지는 5월이 되면 작약 꽃이 눈부시다.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영천 이씨 집성촌 산운마을
◆자연과 역사문화의 조화
경덕왕릉에서 2㎞ 북동쪽으로 가면 제오리 공룡발자국화석이 있다. 우리나라 대표 공룡 유적지이다. 1억1천500만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화석이다. 화석은 4종류에 모두 316개다. 대'중'소형의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이 서식했던 곳임을 짐작할 수 있는 자료이다. 발의 크기와 보폭, 걷는 방향 등이 또렷해 학술적 가치가 높다.
차로 10분 거리에 금성면 산운리 산운마을이 있다. 영천 이씨 집성촌이다. 금성산을 뒤로 두고 옆에 비봉산을 낀 나지막한 구릉과 평지에 있다. 강원도 관찰사를 지낸 학동 이광준(1531~1609)이 처음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산운마을 고택 중 19세기 초에 지은 소우당이 대표적이다. ㄱ자형의 안채와 ㄴ자형의 사랑채가 안마당을 감싸며 ㅁ자형을 하고 있다. 안채에 별도의 담장을 세워 공간을 만들고 별당을 지었다. 별당은 아늑한 느낌과 식물이 풍성한 운치를 보여주는 별서(別墅)건축의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쌍계천 상류로 가니 빙계계곡이 나왔다. 예부터 얼음구멍과 바람구멍이 있어 빙산이라 했다. 한여름에는 찬바람이, 겨울에는 따뜻한 김이 피어올라 신비의 계곡으로 불린다. 계곡 곳곳에 있는 조각상 같은 바위도 볼거리다. 오토캠핑장이 있어서 가족단위 여행객이 붐비는 곳이다.
천연기념물 '사촌리 가로 숲''고즈넉한 운치 고운사
◆의성의 역사와 운치
강에서 벗어나 의성 북부에도 가볼 곳이 적지 않다. 그중 대표 전통마을인 점곡면 사촌리의 사촌마을이다. 1392년 안동 김씨 가문의 김자첨이 이주하면서 마을이 시작됐다. 안동 권씨, 풍산 류씨 일가가 뒤이어 합류하면서 세 가문이 어울려 살게 됐다. 서애 류성룡(1542~1607)이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임진왜란 때 의병을 일으켜 순국한 사람도 많았다. 왜군들이 마을에 불을 놓은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30여 동의 전통가옥만 보존돼 있다.
사촌마을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사촌리의 가로 숲'이 있다. '서쪽이 허하면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풍수지리설과 샛바람을 막아 터전을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심은 방풍림이다. 400~600년 된 상수리나무, 느티나무, 팽나무 등 10여 종 500여 그루가 있다.
단촌면 구계리 고운사는 고즈넉한 운치가 매력이 있다. 신라 때 의상대사가 창건했고, 임진왜란 때는 사명대사가 승병 지휘부를 두었던 곳이다. 크지 않은 규모 탓에 대한 불교 조계종 16교구 본사라는 점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김주수 의성군수는 "의성의 가장 큰 행사인 세계연축제를 즐기고 나서 주변 관광명소를 찾는다면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될 것"이라며 "역사와 인물, 자연을 통해 의성을 더 깊게 이해하면서 즐거운 한때를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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