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시도됐던 다른 형태의 모든 정치 체제를 제외하면 민주주의는 최악의 정부 형태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음에도 1945년 7월 총선에서 패배한 처칠이 한 말이다. 불완전하지만 독재 체제나 권위주의적 통치보다 민주주의가 더 많은 이점이 있다는 의미다. 그중 가장 큰 것을 들라면 피를 흘리지 않고 마음에 들지 않는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문제는 민주주의가 선한 정치권력을 선출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히틀러의 합법적 집권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치는 1918년 11월 바이마르공화국이 탄생할 때 생겨난 수많은 군소 정당의 하나였다. 1929년 대공황 이전에는 의석수가 12석에 불과했으나 대공황 직후인 1930년 선거에서 107석을 얻어 무시 못 할 정치 세력으로 성장했다. 이 여세를 몰아 히틀러는 1932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으나 전쟁 영웅 힌덴부르크 장군에게 졌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총선에서 나치는 230석으로 제1당이 됐고 1933년 집권했다.
그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바이마르공화국의 정치경제적 혼란에 따른 민주주의에 대한 독일 국민의 염증과 베르사유 조약이 부과한 가혹한 전쟁 배상금과 군사력 감축 등이 독일 국민에게 안긴 민족적 모멸감 때문이었다. 히틀러는 이를 잘 파고들었고 독일 국민은 전폭적 지지로 화답했다.
나치의 반유대주의 정책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받아들이는 것이 썩 내키지 않지만, 히틀러가 집권 이후 이룬 업적을 생각하면 못 본 체할 수 있다는 게 당시 독일인의 전반적 정서였다. 독일 언론인 제바스티안 하프너는 그런 심리를 이렇게 적었다. "히틀러가 가져온 그 모든 긍정적인 것들, 완전고용, 재무장, 저항적 외교 정책의 승리, 다시 일깨운 민족적 자부심 등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반유대주의는)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하지."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개헌 국민투표에서 승리했다. 이에 따라 에르도안 대통령은 입법'사법'행정권을 모두 장악하게 됐으며 최장 2034년까지 집권이 가능하게 됐다. 한국은 없애려는 '제왕적 대통령제'를 터키 국민은 받아들인 것이다. 이를 두고 오스만 제국의 최고 지도자인 술탄이 21세기에 부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남의 나라 국민의 선택에 이러쿵저러쿵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만, 선거 민주주의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는 것 같아 심란하다. 5월 9일 우리의 선거 민주주의는 어떤 결과를 낳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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