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한우물' 지역 특산품 자리매김…포항 '해맞이빵' 대표 박정한 씨

입력 2017-04-19 00:05:00

팥값 파동·빚더미 등 위기 극복…고구마 이용 '달맞이빵'도 출시

포항 특산품으로 인정받은 '해맞이빵'을 만드는 장인은 뜻밖에 젊은 사람이다. 박정한(43)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빵과 인연을 맺은 사연이 특이하다. 1998년 군 전역 후 갑작스럽게 늑막염에 걸려 일반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일자리를 찾던 중 시내 한 빵집에서 받아준 덕분에 본격적으로 기술을 습득하게 됐다.

하지만, 즐거울 것만 같았던 빵집 생활도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1년 만에 외부사정 때문에 직원들이 하나둘씩 떠나갔고 혼자 남아 빵집을 지켰다. 새 천 년 맞이가 한창이던 지난 2000년 포항시품평회를 통해 지금의 해맞이빵으로 탄생할 수 있었다.

그 후 2006년 내부적인 문제로 사장이 그만두면서 박 대표가 인수, 숱한 난관을 거친 끝에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수 당시 하루 매출이 5만원에 불과할 정도로 사정이 어려웠지만, 빵에 대한 집념 하나로 버텼다. 팥값 파동으로 빚만 쌓여 이혼 위기까지 내몰리기도 했다.

결국, 아내에게 빵집을 잠시 맡기고 자신은 일식집 종업원으로 취업했다. 1년 만에 부주방장이 될 정도로 손재주를 인정받았다. 1년 고생 끝에 다시 빵집으로 돌아와 아내와 힘을 모았다. 때마침 팥값도 안정을 찾았다.

그는 가격이 수입산에 비해 몇 배나 비싸지만, 지금까지 국산 팥을 고집하고 있다. 소비자에 대한 신뢰와 맛에 대한 자부심 때문이다.

"수입산은 단맛만 강할 뿐 국산처럼 담백하거나 은은한 팥 향이 없습니다. 김치 맛이 집집이 다르듯이 제 이름과 기술을 걸고 만들기 때문에 국산을 고집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신제품 개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 최근 고구마를 이용한 빵을 만들어 '달맞이 빵'으로 이름을 지으려고 한다. 포항을 상징하는 일월처럼 해맞이와 달맞이로 이야기가 있는 빵으로 이미지를 각인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제는 우체국쇼핑에도 등록돼 포항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판매된다. 인수 당시 하루 5만원 매출에서 지금은 연매출 1억원이 넘을 정도로 안정시켜 놓았다. 지난 2009년 손등뼈가 휘어져 두 번에 걸친 수술을 받았지만, 빵에 대한 집념으로 이겨낼 정도로 장인정신이 투철한 것도 지금의 성장과 맞닿아 있다.

박 대표는 "제가 입문 당시 월급이 20만원에 불과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었기에 이겨낼 수 있었다"면서 "요즘 젊은 친구들이 너무 쉽게 포기하는 경향이 있는데 당장 힘들고 고생스럽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다 보면 반드시 좋은 결실을 보게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요즘 지역발전을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신이 사는 해도동 발전을 위해 (사)지역사랑주민협의회를 만들어 사무국장을 맡아 낙후된 지역상권 살리기와 지역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어릴 적 꿈이었던 문학에 대한 열정을 되살려 문인들 모임에 들어가 시와 수필을 배우며 짬짬이 글도 쓰고 있다.

박 대표는 "해맞이빵이 포항의 특산품에서 전 국민의 입맛을 사로잡는 특산빵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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