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공산' TK 보수층, 대권 향배 잣대

입력 2017-04-18 00:05:05

진보 진영 주자, 갈피 못 잡는 민심 활발하게 공략

'대구발(發) 경부선 고속철 티켓을 확보하라.'

17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가운데, 대구경북(TK) 표심이 대권 향배를 가늠할 잣대로 떠오르고 있다.

TK는 전통적 '보수 텃밭'으로 1987년 직선제 이후 보수 지지세가 강했다. 진보 진영의 호남과 대척점을 이루면서 보수 후보에게는 '약속의 땅'이었지만, 진보 후보에게는 '메마르고 척박한 땅'이었다. 계란을 든 진보 진영 후보로서는 깰 수 없는 거대한 바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로 보수의 텃밭이 무너지면서 진보 진영 대선 주자들의 공략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보수 민심이 특정 후보에게로 결집된다면 의미 있는 바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보수층의 전략적 표심은 대세론으로 앞서가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응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등 범보수 주자 대신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로 쏠리고 있음이 드러나고 있다.

보수층 지지를 기반으로 한 '안풍'(安風'안철수 바람)이 문 후보의 대세론을 뒤흔들며 문-안 양강 구도가 형성되자, 대구를 기점으로 한 충청-수도권 경부선 지역이 대선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진보 진영의 텃밭인 호남이 문-안 후보로 양분되면서 부동층이 높은 수도권과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를 자임했던 충청권, 특히 '무주공산' TK 보수 진영의 전략적 선택이 대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힌다.

이를 증명하듯 문재인 후보는 첫 행선지로 대구를 택했다. 야당 불모지였던 TK를 적극적으로 공략해 안풍을 차단하고 전국적으로 지지를 받는 최초의 '통합 대통령'이 되겠다는 의도가 그대로 녹아 있는 것이다.

TK에서 닻을 올린 문 후보와 캠프는 캐스팅 보트 지역인 '중원' 대전에서 집결, 선대위 공식 발대식을 열고 합동 유세를 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당 전체가 결집하는 총력 유세로 공식 선거운동 첫날 대구-대전-서울로 이어지는 경부선 상행 노선을 타며 핵심 공략 지역 표심을 다졌다.

안철수 후보는 첫날 방문지로 텃밭인 광주를 찾았다.

호남의 '집토끼'를 확실하게 잡아놓고 보자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다. 안 후보는 광주 유세를 마친 뒤 대전으로 이동했고, 18일에는 대전에서 오전 일정을 소화한 뒤 대구로 향해 중원과 보수 텃밭에서 '산토끼' 몰이에 나선다.

TK를 기반으로 하는 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집토끼' 사수에 나서면서 TK 지지세를 기반으로 동남풍을 일으켜 역시 중원-수도권 보수 결집으로 전세를 뒤집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을 출발해 충청(아산 현충사)을 거쳐 17일 대구에 안착한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에서 보수 대결집에 시동을 걸었다. 홍 후보는 "TK의 무너진 보수 지지는 복원됐다"면서 일명 '홍찍홍'(홍준표 찍으면 홍준표가 당선된다) 전략으로 중원-수도권의 숨은 보수 결집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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