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한령 한 달, 한국 관광이 풀어야 할 과제

입력 2017-04-15 00:05:00

한국 관광 상품 판매를 금지한 중국 정부의 '금한령'이 15일로 한 달을 맞았다. 이 제한 조치로 양국 무역 마찰은 물론 항공사와 공항, 여행사, 면세점, 음식숙박업 등 관련 국내 산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또 화장품, 의류 등 소비재 상품 판매도 큰 타격을 입었다. 정부와 관광업계가 뒤늦게 동남아, 일본, 대만, 러시아 등으로 관광객 유치를 다변화하고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며 불황 타개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이 같은 현실은 그동안 중국 일변도의 관광정책과 업계의 '외줄타기' 마케팅 전략이 빚은 결과다. 급변하는 관광 트렌드나 민감한 정세 등에 적절히 대응하고 충격을 최소화할 대비책을 갖추지 못한 것은 뼈아픈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관광정책이 지금처럼 근시안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는 한 이런 사태는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일방적인 조치를 탓하기 전에 우리의 현실을 먼저 되짚어보고 반성해야 하는 이유다.

변화의 움직임도 곳곳에 나타나고 있다. 최근 경북도가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인프라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지역 내 할랄 인증 음식점 확대 계획이나 권역별 관광 가이드북과 지도 제작, 도내 주요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아이돌 그룹의 웹드라마 제작 등에 힘을 쏟고 있다. 어려운 지역 현실에 맞서는 새로운 대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다. 다만 눈앞의 성과에 매달릴 게 아니라 면밀한 중장기 전략에 기초해 지역 관광의 장점과 분위기를 전달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이런 전략적인 접근 없이는 관광진흥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슬림 관광객 수가 연평균 32%씩 급성장 추세다. 지난해 국내 입국 무슬림은 모두 98만 명으로 인도네시아(26만 명), 말레이시아(19만 명) 등 아시아 권역이 80%를 차지했다. 이들이 한국을 매력적인 관광지로 인식하도록 인프라를 대폭 개선하는 등 맞춤형 전략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해 25% 이상 증가한 일본인 관광객이나 대만 등을 겨냥한 마케팅도 마찬가지다.

세계경제포럼의 2017 관광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평가 대상 136개국 중 19위를 차지했다. 단순히 경쟁력 순위가 올랐다고 기뻐할 일이 아니다. 관광정책에서부터 인프라 조성, 서비스, 개방성, 보건위생 등 현재 관광 경쟁력에 허점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해야 할 때다. 일본(4위), 중국(15위)과 비교해 여러모로 뒤처지는 현실을 인식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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