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입력 2017-04-12 04:55:01

혈관 돌며 서서히 건강 위협하는 '침묵의 살인자'

코·기관지·모세혈관 타고 혈액 침투

심혈관·호흡기계 질환의 원인 제공

임신부엔 저체중아·조산 등 치명적

공기청정기 틀어 실내 공기질 개선

물 많이 마시면 코·목 보호할 수 있어

외출 땐 마스크 착용, 코·손 씻어야

올해도 어김없이 미세먼지의 공습이 시작됐다. 미세먼지는 단순히 기관지나 폐 등 호흡기 건강만 해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미세먼지가 체내에 쌓이면 가래와 기침이 잦아지고 기관지 점막이 건조해져 세균 침입에 취약한 상태가 된다. 코나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은 미세먼지는 폐포를 통해 혈액에 침투해 온몸을 떠돌며 염증반응을 일으킨다. 결국 감기나 천식, 후두염, 기관지염 등 호흡기질환을 유발하고, 만성 폐질환 환자는 폐렴 등 감염성 질환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최근 미세먼지를 1군 발암물질로 분류하기도 했다.

◆혈관으로 침투해 온몸 돌며 말썽 일으켜

올봄에는 미세먼지가 유난히 극성이다. 지난 7일 환경부 대기질통합예보센터에 따르면 올해 1∼3월 초미세먼지 농도는 32㎍/㎥로 지난해 같은 기간(30㎍/㎥)에 비해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나쁨' 일수도 8일로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길어졌고, '나쁨'인 날의 미세먼지 농도도 69㎍/㎥로 지난해(66㎍/㎥)보다 진해졌다.

먼지는 보통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걸러져 몸 밖으로 배출된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입자의 지름이 10μm 이하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5분의 1~7분의 1 크기에 불과하다.

코털이나 기관지 섬모를 그대로 통과한 미세먼지는 폐포와 혈관 사이 막을 통과해 혈관까지 침투해 혈액을 타고 몸 곳곳을 돌아다닌다. 미세먼지가 몸속에 들어오면 먼지를 제거하려 면역세포가 활동하는데, 이때 부작용인 염증반응이 일어난다. 폐와 심장, 혈관, 뇌 등 몸의 주요 기관에서 염증반응이 일어나면 호흡기나 심혈관계 질환의 원인이 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미세먼지 농도가 10㎍/㎥ 증가할 때마다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으로 인한 입원율은 2.7%, 사망률은 1.1%가 높아진다. 지름 2.5μm 이하의 초미세먼지가 10㎍/㎥ 증가하면 폐암 발생률은 무려 9%나 늘어난다.

사공준 영남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심혈관계'호흡기계 질환자나 어린이, 노인은 미세먼지 고위험군"이라며 "임신부는 미세먼지가 태반을 통과해 태아에게도 전달돼 저체중아 출산이나 조산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만성기관지염과 폐암의 원인이 되기도

미세먼지가 많은 환경에 일시적으로 노출되면 기도가 자극을 받아 기침과 호흡 곤란 등을 일으키고, 천식이 악화되거나 부정맥이 발생할 수 있다. 지속적으로 미세먼지에 노출될 경우 폐 기능이 점차 떨어지고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유발한다. 또한 박테리아의 활성을 막거나 제거하는 신체 방어 작용을 방해해 호흡기감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

폐암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폐암 중 10~20%는 대기오염이나 라돈, 석면 등 실내 오염물질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산화황이나 이산화질소 등 대기오염물질이 많은 대도시에 사는 사람이 농촌에 사는 사람보다 폐암 발생률이 높은 이유다. 정치영 대구가톨릭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초미세먼지가 폐포에 쌓이면 산화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염증반응이 증가하면서 폐포에 손상을 주고 암세포를 만들어낸다"면서 "폐암 중 기관지와 멀리 떨어진 폐의 주변부에 흔히 발생하는 선암이 미세먼지와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대기오염과 분진, 화학물질 등은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있다. 해로운 입자나 가스를 들이마시면 기도와 폐가 손상을 입고, 폐포 조직이 망가져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이 심해진다. 사공준 교수는 "먼지로 염증반응이 계속 일어나면서 기침, 가래가 사라지지 않고 지속된다"면서 "이런 염증반응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없어 만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외출 자제, 마스크 필수

미세먼지 농도가 높을 때에는 호흡기나 심혈관계 환자, 어린이와 노인, 임신부는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야외 활동 시간이 길고 강도가 높을수록 흡입하는 미세먼지 양도 많아진다. 특히 도로변은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도로변에서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출을 해야 한다면 마스크를 쓰고, 외출 후에는 코와 손을 잘 씻는다. 창문을 열어 두면 바깥에서 들어온 미세먼지로 실내 미세먼지 농도도 높아지므로 창문은 되도록 닫아야 한다. 공기청정기는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초를 켜면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므로 피하는 것이 좋다. 부엌에서 굽는 요리를 하거나 진공청소기를 돌리는 경우, 아이들이 집안에서 뛰어다닌 후에도 미세먼지가 많이 발생하므로 반드시 환기를 해야 한다.

평소 물을 많이 마시면 건조해진 코와 목을 보호할 수 있고, 비타민이 풍부한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면 면역 기능이 강화돼 염증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사공준 교수는 "미세먼지는 건강에 즉시 악영향을 미치진 않기 때문에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면서 "눈이 따갑고 기침이 나는 증상이 없더라도 일단 몸속에 침투한 미세먼지는 오랫동안 몸 안에 머무르면서 영향을 주게 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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