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칼럼] 문재인의 적은 문재인이다

입력 2017-04-10 04:55:02

정치는 이미지다. 선거는 이미지의 전쟁터다. 선거를 통해 이미지는 그 주인의 운명을 가른다. 이기면 모든 것을 얻고, 지면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한다. 승자독식이다. 그러니 정치인은 국민에게 어떤 이미지로 다가설지 고민해야 한다.

국가 경영을 꿈꾼다면 자신만의 이미지를 각인시켜야 한다. 선배 대통령의 이미지에 자신의 이미지를 덧칠하려 든다면 그런 정치의 결과는 보나마나다. 아버지 대통령의 후광에 기대는 정치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그런 정치로는 그들을 능가하는 대통령이 될 수 없을뿐더러 실패하기 십상이다.

그 이미지는 긍정적이어야 한다.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하면 금상첨화다. 개인이나 파벌의 이익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다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어주면 필승이다.

버락 오바마는 '예스 위 캔'(우리는 할 수 있다) 구호로 미국에서도 흑인이 대통령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선거기간 내내 '미국 우선주의' 이미지를 각인시킨 도널드 트럼프는 '거짓말쟁이' 이미지가 부각된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다. 시진핑은 중국의 '대국굴기'(대국이 일어선다는 뜻) 이미지를 살려 권력기반을 공고히 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는 대담한 재정 완화와 경제 성장 전략을 강조한 '아베노믹스' 이미지로 장기집권 기반을 다졌다. 이들의 공통점은 국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한반도 주변 국가 지도자들의 자기 이미지 정치는 공고하다.

반대로 부정적 이미지가 두드러진 정권은 필패다. 집권 전부터 끊임없이 '소통'이 문제가 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결국 '불통'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나락으로 떨어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2002년 대선 때 '이리저리 당하기만 하는 바보 같은 촌놈' 이미지를 창출했다. '훌륭한 학벌에 귀족적 이미지'의 이회창 후보를 누르기엔 그만이었지만 나라에 별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탄핵 때도 똑같은 '약자 코스프레'로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지만 결과는 더 안 좋았다.

문재인 캠프에 비상이 걸렸다. '대세론'이 사그라지고 각종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후보와 호각지세로 돌아섰다. 7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는 문 후보가 앞섰지만 호감도는 안철수 후보가 앞섰다. 더욱이 문 후보는 호감(48%)과 비호감(46%)이 비슷했지만, 안 후보는 호감(58%)이 비호감(35%)을 크게 앞섰다.

문 후보에 대한 비호감이 많은 것은 이미지 정치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문 후보 측 이미지는 온통 '적폐청산'으로 귀결된다. 캠프를 가득 메운 친노그룹과 폴리페서들에게서는 오직 '네 편이냐 내 편이냐'만 있을 뿐 쪼개진 국민을 하나로 만들려는 노력을 읽기 힘들다. 오히려 문 후보는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경쟁상대를 '적폐 지지 세력'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이런 구도 아래 지난 선거에서 박근혜정부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던 대구경북은 영락없는 적폐세력 중 하나다.

차기 정부는 문'안 중 누가 되더라도 여소야대다. 현재의 국회선진화법 아래서는 여대야소라도 정부가 야당의 협조를 얻어내지 못하면 할 일을 못 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하물며 여소야대라면 원활한 국정 수행을 위해서라도 연정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으면 또 식물 국회 정부가 예고돼 있다.

호감을 얻는 정치인은 국민 걱정을 덜어주는 정치를 하고 비호감 정치인은 국민 걱정을 더하는 정치를 한다. 대선 후보에 대해 비호감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이 걱정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경제 안보 현안은 산적해 있는데 내놓는 정책들은 한결같이 불안을 더하는 것이라면 호감을 얻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후보의 적은 문 후보 자신이다. 국민들은 유력한 대선 후보에게서 국민 불안을 덜고 국가 미래를 담보하는 그런 이미지를 읽고 싶어 한다. 지금의 문 후보는 그런 이미지를 창출하지 못했다. 안 후보는 그런 빈틈을 잘 파고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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