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민심 르포-호남] "누굴 찍어도 정권교체"…文·安 선택 '꽃놀이패'

입력 2017-04-10 04:55:02

文 대세론 주춤·安 기대감 속, 상인들 두 후보 지지 '팽팽'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호남을 방문,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고 있다. 9일 오전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6일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국립5
5월 9일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호남을 방문,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를 찾고 있다. 9일 오전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지난 6일에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았다.

"누가 되든 정권교체는 되야제. 이제 문재인, 안철수 후보 중 1명만 잘 선택하면 되는 것 아니여?"

'5'9 장미 대선'에서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를 놓고 전통적 야당 텃밭인 호남 민심이 마지막 선택을 앞두고 꿈틀대고 있다.

호남 민심은 한때 '문재인 대세론'에 빠져 있었다. '어차피 될 사람을 밀어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달을 앞둔 지금 호남 민심이 출렁이고 있다. 국민의당 경선 과정에서 '안풍'(안철수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문과 안 두 사람 사이에서 막판 선택을 놓고 고민이 크다.

'문재인 대세론'의 위력은 조금 누그러져 있었다. 60% 이상 호남지역 경선 득표 결과에도 군데군데 비토 정서는 남아 있었다. 반면, 안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예상보다 높았다. 그러면서 선거 막판까지 두 후보에 대한 선택지를 미뤄 놓겠다는 시민들이 상당수였다. 과거 대선처럼 한 후보에 대한 '전폭적 지지'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광주 현장 정치의 1번지'로 불리는 광주시 동구 대인시장 상인들도 팽팽하게 의견이 엇갈렸다. 문, 안 후보를 놓고 상인들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건어물 가게를 운영 중인 김성현(61) 씨가 "문재인이 쉽게 되겠어? 처음에는 문재인 대세론이 너무 강해 어쩔 수 없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문 후보밖에 없다고 생각한 사람이 주변에 상당했지만, 여전히 반문 정서가 많이 남아있던데"라고 말하자 옆 가게 주인이 불쑥 끼어들었다. 정수철(56) 씨는 "안철수가 되겠어요? 일시적인 바람이겄제. 이미 대세는 문재인 쪽으로 기울어 불었당께"라고 반박했다.

광주 서구의 한 커피 전문점에서 봉사단체 모임을 가진 50대 주부 10여 명도 대선 이야기에 여념이 없었다. 장모(50) 씨는 "정권교체가 우선이지. 10년간의 보수 정권에서 얼마나 호남이 소외를 당했는데…"라며 "문재인, 안철수 둘 중에 한 명을 선택하긴 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호남에 대한 진정한 애정과 관심을 갖는 사람을 찍겠다"고 말했다. 조모(54) 씨는 "안철수가 진짜로 달라졌던데, 연설하는 모습이나 TV토론회에서 거침없이 답변하는 것을 보면 이제 상당히 믿음이 간다"고 밝혔다. 최모(60) 씨는 "아직도 내 주변에는 반문 정서가 상당하고, 최근 안철수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면서 "그동안 언론에서 보도되는 부분도 상당히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거들었다. 10명 중 7명은 안철수의 기대감과 대안론에 무게를 두고 있었고, 3명은 그래도 문재인 대세론이 선택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금남로에서 만난 대학생 김철호(24) 씨는 "다들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불안해 한다. 40석 의석으로 향후 정국을 어떻게 이끌겠는가, 보수 정당과 연대할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며 "문재인 후보야 검증이 끝난 사람이다. 이미 대세가 기울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처럼 젊은 층에서는 문 후보에 대한 기대감이 안 후보에 비해 상당 부문 높은 편이었지만, TV토론회 등 남은 선거과정을 지켜본 뒤 결정하겠다는 의견이 상당수였다.

전남대 후문에서 만난 대학생 최모(21'여) 씨는 "예전에는 부모님과 할아버지'할머니 의견이 한 후보로 집중했는데, 이번에는 가정에서도 서로 의견이 다르고, 막판까지 지켜보시겠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정권교체를 기정사실화하면서 문'안 후보를 놓고 나름대로 나쁘지 않은 선택을 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문'안의 '양강구도' 속에 네거티브 공방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정치 불감증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공무원 김모(43) 씨는 "한 나라를 책임지겠다고 나선 사람들이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비전 제시는 없고 알맹이 없는 공약에, 서로 네거티브로만 일관하고 있다"면서 "어차피 야권 후보가 될 것이라면, 투표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4'13 총선에서 민주당에는 뼈아픈 회초리를, 국민의당에 새로운 기회를 줬던 호남 민심이 이번 대선에서는 어떤 선택을 할지 전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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