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는 2012년 5월 16일 자 본지 데스크칼럼에서 '한중 FTA는 왜 침묵하는가'를 통해 진보 세력을 비판한 바 있다.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는 나라가 거덜날 것처럼 반발하던 그들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더 큰 피해가 우려되는 한중 FTA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게 지켜보는 모습에 대한 나무람이었다.
경우는 다르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얘기다.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롯데에 대한 중국의 보복이 점입가경이다.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내 롯데 마트형 점포 115개(마트 99개, 슈퍼 16개) 중 67개가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자체 휴점도 20곳이다. 몰지각한 고객들의 상품'시설물 및 장비 훼손, 환불 요구 등 비이성적 행동으로 영업을 하는 매장도 이만저만 골치를 앓는 게 아니다. 그동안 롯데는 중국에 20년 넘게 10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잠실에 조성 중인 제2 롯데월드의 1.4배 규모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동북 3성 최대 도시 선양에서 진행 중인데 이것도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데도 우리는 입도 벙긋 못 한다. 정부는 아예 존재 자체가 없는 거나 진배없다. 민간 기업이 외국 정부로부터 두들겨 맞는데도 아무런 대응도 못 하는 게 대한민국 정부다. 경제부총리라는 사람이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에도 공식적인 항의가 어렵다는 말 같지도 않은 언사를 해명이라고 한다.
정부는 그렇다 치자. 그 많은 시민단체, 재야단체는 다 어디로 갔나. 만약 미국이 우리에 대한 경제 제재에 돌입했다면 그들은 어찌 했을까. 모르긴 해도 광화문이 다시 촛불로 채워지지 않았을까. 일부 세력들은 사드 부지를 제공했다며 롯데 점포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그게 맞는가. 우리가 오히려 롯데 제품 팔아주기에 나서야 하지 않나. 치졸한 중국에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너희가 아무리 보복해도 롯데는 끄떡없다"는 우리의 결기를. 그게 우리의 국익을 위하고 국격을 높이는 방법 아닐까.
이렇게 말하는 나의 정체성이 '보수꼴통'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오해하는 사람들을 위해 변명하자면 난 탄핵 찬성론자였고, 촛불집회 지지자였다. 김대중과 노무현을 찍은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롯데를 둘러싼 여러 논란을 보고 있으면 울화통이 치민다. 사드 배치는 국가 안보와 관련된 사항으로 우리와 미국 정부가 상호 협의해 추진했다. 부지도 정부가 거의 강제하다시피 지정했다. 중국의 보복을 우려한 롯데는 부지 교환 승인을 위한 이사회를 몇 차례나 미루다가 기업 이익보다는 국익 우선 차원에서 결국 협약을 체결했다. 이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롯데만 골병들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그런 롯데에 돌팔매질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생길 때 정부는 뒷짐 지고, 국민들은 나 몰라라 한다면 중요 국가 사안에 어느 기업이 나설 것인가.
롯데 총수에 대한 수사도 비슷한 맥락에서 볼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는 한마디도 못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은 물밑 접촉이 가능하다. 중국 당국자와 학계, 언론을 만나고, 합작 파트너도 만나서 우리의 입장을 설득해야 한다. 처음이야 어렵겠지만 노력하다 보면 우호적인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 그건 실무자가 아니라 최고 결정권자가 나서야 가능하다. 그런데 신동빈 회장은 8개월째 출국 금지 상태다. 손발을 묶어놓고 어떻게 위기 상황에 대처하라는 건가. 더욱이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 검찰 특수본의 수사도 예정돼 있다. 비단 롯데뿐만 아니라 다른 재벌 기업도 마찬가지이지만 기업 총수에 대한 재판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면 불구속으로 가는 게 맞다.
솔직히 대구경북민들의 대롯데 정서는 그다지 좋지 않다. 최고 경영진에 TK 출신이 상당수 포진해 있지만 우리 지역에 대한 기여도가 낮아서다. 비난을 무릅쓰면서 이런 롯데를 위한 칼럼을 쓰는 이유는 그래도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말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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