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청년위원회 1박 2일 워크숍 참석해보니

입력 2017-03-28 04:55:05

3기 청년위 아직 걸음마 단계…市와 소통 메신저 역할 찾아야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마련된 '대구청년위원회 워크숍'에서 1박2일 간 대구시 공무원들이 청년과 소통한 시간은 전혀 없었다. 시장과의 대화에서 축사 중인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시 제공

#형식적 행사 허례허식

호텔서 연회 열고 축하공연

일부 공무원 사진찍기 몰두

스펙 쌓기용 참석자도 많아

#앞으로 해야할 방향

청년회의 제안·임무 전하고

市政 반영 축으로 만들어야

청년위 자발적 역할 모색을

'청년on'이 대구청년이 직접 정책을 만들어 제안하는 정책제안협의체라면 대구시 정책을 검토하고 자문하는 공식 모임도 있다. 올해 3기째를 맞는 '대구청년위원회'(이하 청년위원회)는 대구시가 운영하는 정책자문기관이다. 대구에 살거나 활동 중인 30명의 청년으로 이뤄져 있다. 청년위원회는 청년의 시각으로 정책을 검토하고 대구시장을 포함한 대구시에 직접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다. 청년위원회는 정책자문위원회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그들의 역할이나 권한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대구청년위원들이 한자리에 모인 1박 2일 워크숍에 동행했다.

◆청년 목소리가 실종된 소통의 장

청년위원회 워크숍이 열린 팔공산에 위치한 호텔로 갔다. 청년위원들이 처음 만나는 연회장으로 들어서자 원탁회의를 연상시키는 넓은 테이블이 쭉 늘어져 있었다. 사진 촬영하기 좋은 좌석 배치였다. 이날 행사는 청년위원들 사이에서도 입방아에 올랐다. 호텔에서 연회를 열고 형식적인 축하공연에 식사(式辭)를 듣는 일정이 마치 기성세대의 의전과 비슷한 모양새와 같았기 때문이다. 일부러 청년다움을 내세울 필요는 없지만 참석자 절반이 대학생인 모임을 굳이 호텔에서 먹고 잘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겉치레식 행사에 대해서는 청년위원회 안에서도 비판이 일었다. 청년위원회 1·2기를 연임한 한 청년위원은 "공무원들이 실적의 일환으로 청년위원회를 생각하는지 청년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의전 행사나 사진 찍기에 몰두한다"며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만든 자리지만 공식 일정에서 청년들이 주도하는 행사는 하나도 없었다"고 했다.

청년위원회는 대구시가 청년들과 '소통'하기 위해 조직한 모임이다. 이날 공식 일정 중에는 청년들의 목소리를 한 번도 들어볼 수 없었다. 바쁜 청년들이 주말 1박 2일을 반납하고 한자리에 모였지만 대구시 공무원들이 청년들과 동석한 자리에서 소통한 시간은 제로였다. 공식일정 내내 청년위원들은 축사를 듣거나 레크리에이션 강사에 장단을 맞출 뿐 대구시 청년정책과 직원들과 교류하는 시간은 전무했다. 대구시장과의 대화 또한 예정했던 1시간보다 2배로 길어졌지만 청년들의 의견 청취 없이 권영진 시장이 9할 이상을 사용했다. 대구를 대표하는 청년들이 모인 의미 있는 자리가 기성세대의 딱딱한 의전 행사 체험장으로 바뀌었다.

◆청년들은 이 판(청년위원회)에서 놀 준비가 됐나?

청년위원회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가진 의문은 두 가지였다. '과연 청년위원회는 얼마나 대구 청년을 대표할 수 있을까?' '청년위원회에 주어진 역할이나 권한이 뭔가?'

실제로 청년위원들 스스로도 역할에 대해 모르고 있어 앞으로 할 일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대구청년들의 정책협의기구인 '청년on'의 경우 직접 정책을 만들어 대구시에 제안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청년위원회는 정책을 만들거나 결정하는 권한 어느 것도 없었다. 대구시는 대구를 대표하는 청년들을 선발했지만 형식적인 행사 외에는 이들에게 어떠한 임무나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 청년위원회가 올해 3기째를 맞고 있지만 실체가 없는 조직이다 보니 참가자의 목적도 제각각이다. 대구시장에게 직접 청년의 목소리를 전달하겠다는 위원이 있는 반면 사진만 찍고 자리를 뜨는 참가자도 있었다. 이날 행사에서 청년위원들은 일명 '스펙용 참석자'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청년위원들 중에는 위촉장을 받은 후에는 회의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고 한다.

지난해부터 2년째 청년위원을 연임하는 김한필 씨는 대구시장과의 대화에서 "청년회의를 하면 30명 중 참석자가 절반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타이틀이 아닌 실제 참석과 역할에 대한 논의가 수반돼야 청년위원회가 진짜 대구 청년을 대표할 수 있다"고 했다.

청년위원회는 대구 청년을 대표해 사회 곳곳을 누비며 사람들을 만날 법하지만 이들에겐 명함도 없었다.

◆청년들은 미래의 기성세대

책상에서 시민들을 만나고 정책을 논하던 고리타분한 틀을 깨고 '소통'하기 위해 청년위원회가 만들어졌다. 청년위원들 각자의 참석 목적은 다를 수 있지만 이들은 대구의 미래에 대해 고민하기 위해 모였다.

청년들이 딱딱한 '행정'에 대해 알아가고 정책 자문에 직접 참여하게 된 것도 긍정적인 시작으로 보인다. 청년위원회는 청년 문제에 대해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고 자부하며 앞으로는 구체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그에 걸맞은 권한도 대구시에 요구할 계획이다. 3기 제갈성범(30) 씨는 "위원회라는 자리는 대구시에서 만든 것이지만 결국 위원회의 향방은 구성원들이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다양한 분야를 대표하는 청년들이 모인 만큼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들의 의견을 전달하는 기본 역할에 충실하면 더욱 명확한 권한도 생길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이 결국 미래를 주도할 예비 기성세대인 만큼 청년위원회라는 자리가 청년들 스스로 능력을 확인하는 시험대라는 의견도 있었다.

청년위원 1기 최유리(31) 씨는 "서울 '청년 허브'의 경우 처음부터 민간단체 주도로 시작돼 운영에서 정책 제안까지 청년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청년위원회도 공무원에게 맡겨두기보단 자발적으로 할 일은 만들어 가야 영향력도 생길 것이다"라고 했다.

◆대구시 청년과 공무원들이 청년위원들에게 바란다

대구시 청년정책과는 미래를 이끌어갈 청년에 대해 고민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하기 위해 올해 신설된 부서다. 대구시가 청년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이들을 정책의 축으로 만들어 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평가된다.

대구시 청년정책과 직원들은 청년위원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전달해 줄 것을 당부했다. 대구시 공무원들은 청년 개개인과 만날 수 없는 업무적 한계를 청년위원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해 청년 문제에 더욱 심도 깊게 접근할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더 많은 청년들이 정책에 관심을 갖고 시정(市政)과 친숙해져야 제대로 된 정책 반영이 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대구시 청년정책과 관계자는 "SNS와 같이 소통 채널이 늘어났지만 청년들의 현실을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청년 문제는 청년들이 바로 전문가다. 청년위원들이 대구 청년들의 현실적 고민을 파악해 정책자문에 반영한다면 이들의 역할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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