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공유의 시대

입력 2017-03-23 04:55:05

방 3개인 우리 집의 남은 방 한 개를 낯선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을까? 에어비앤비(Airbnb)를 이용하면 가능하다. 우리 집은 방 하나짜리 호텔이 된다. 출근하면 온종일 주차장에 방치되는 내 차의 효용성을 높이는 방법은 없을까? 집카(Zipcar)를 이용해 보라. 차량 운행이 필요한 사람에게 내 차를 1, 2시간 혹은 퇴근 전까지 빌려주면서 나는 렌터카업체 사장이 된다.

택시가 아닌 자가용 승용차로 택시처럼 영업할 수 있을까? 우버(Uber)를 이용하면 승용차 한 대로 우버택시 기사가 될 수 있다. 다른 일을 하면서 우버택시 기사를 겸하는 투잡도 가능하고, 아예 전업으로 할 수도 있다. 물론 우버택시가 가능해지려면 우리나라에서는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익명성의 사회에서 내가 쓰던 것을 다른 사람과 같이 사용하는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전으로 각종 여유 물품들을 필요로 하는 사람과 공동으로 사용하는 협동소비가 가능해지고 있다. 집, 사무실, 차량, 옷, 책, 컴퓨터 등 종류도 다양하다. 내가 가진 것을 남들과 공유(共有)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공유의 역사는 길다. 마을에서 주민들이 함께 사용하던 자원이 공유자원(the Commons)이다. 식수원인 하천, 목장으로 쓰이는 초원, 어민들의 생계 터전인 갯벌과 연안바다 등은 대표적 공유자원이다. 주인 없는 공유자원은 복원력 이상으로 과잉 사용되기 쉬워 지속 가능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례도 많다. 요즘은 인터넷의 발전으로 공유의 한계가 많이 해결되고 있다.

개인 물품이 공유자원으로 사용되면 사용 가치, 이용 효율성은 훨씬 커진다. 유한한 자연자원의 낭비도 줄여 친환경적이다. 사유재의 공유자원화가 적극적으로 권장되어야 할 이유이다. 전문가들은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이용권을 주는 방식으로 작동되는 경제를 공유경제라고 한다.

공유경제가 완전히 모습을 갖춘 것은 아니다. 사유재산인 개인 자산의 공유가 이루어지려면 사람 간의 협동과 신뢰가 전제조건이다. 공유를 위한 인터넷 기반의 신뢰 확보장치가 플랫폼(platform)이다. 에어비앤비, 집카, 우버는 물론이고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한국의 네이버, 다음 등은 사람과 원하는 것을 연결해주는 뛰어난 플랫폼이다.

저성장과 경기침체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공유 활동은 우리 사회의 해묵은 숙제를 푸는 대안이 될 수 있다. 사람 간의 교류를 확대시키는 노력, 여분의 자원을 이웃과 공동으로 사용하려는 건전한 시민의식, 이들을 제도화하는 정책 프로그램 강화 등은 공유의 시대를 앞당기도록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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