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동료 의사들은 "갈수록 환자를 진료하기가 힘들다"고 푸념한다. 환자들이 의사 못지않게 의료 정보와 전문지식을 접한 뒤 병원에 오는 경우가 많은 탓이다. 자칫 말 한마디라도 조심하지 않으면 곤란한 처지에 빠지기 쉽다.
20세기까지 의사는 의학에 대한 정보를 독점하고, 환자에게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위치에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환자들도 다양한 정보를 갖고 병원을 방문한다.
현대의학과 의료산업은 지난 200여 년간 인류의 삶에 큰 변화를 가져온 3차례의 산업혁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18세기 후반의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과 같은 새로운 기계기술로 촉발됐다. 19세기 후반에는 전기가 발명되면서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1, 2차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은 위험한 육체노동에서 해방됐으며 도시가 발달하고 대량생산 시스템을 갖췄다. 이어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인류는 육체적 노동뿐만 아니라 정신적 노동에서도 해방되고 있으며 활동 범위는 무한으로 확장됐다.
이제 인공지능과 가상공간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어느새 우리 생활 속으로 스며들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가상공간과 물리적 세계의 첨단기술이 결합하는 혁명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의료계도 첨단 의료기기와 기술을 이용해 질병의 진단과 치료에 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인공지능을 이용한 진료가 일부 도입되고 있다. 지난해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은 많은 것을 바꿨다. 일명 '알파고 쇼크'로 불리는 이 사건은 전 세계 미디어들이 2016년 10대 뉴스로 꼽을 만큼 충격을 줬다. 의료계에서도 암 치료를 돕는 인공지능 프로그램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가 환자의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
인공지능 왓슨은 과학자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인사다. 왓슨은 인간을 최초로 꺾은 인공지능 체스 프로그램 '딥블루'를 개발한 IBM이 선보인 또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이후 왓슨은 의료용으로 특화돼 학습을 계속해왔다. 왓슨은 2012년 미국의 유명 암센터에서 '레지던트' 생활을 시작해 암 환자의 진료를 터득했고, 현재도 교육을 받고 있다.
선진 의료기관의 자체 제작 문헌과 290종의 의학저널, 200종의 교과서, 1천200만 페이지에 달하는 전문자료를 학습한 왓슨의 암 진단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져 전체 암의 약 85%를 분석할 수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래의학이 향후 환자의 치료에 다양하게 이용될 것 같다. 이세돌을 넘은 알파고처럼 왓슨은 과연 명의(名醫)를 넘은 신의(神醫)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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