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말레이, 김정남 암살사건 '협상전쟁'…팽팽한 대치

입력 2017-03-20 16:59:10

김정남 암살 사건 이후 외교적 갈등을 빚어온 북한과 말레이시아가 지루한 협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말레이시아 정부 당국자들에 따르면 양측은 이달 초 수차례 비공개 면담을 한 데 이어 지난 13일부터 공식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 접촉을 진행하고 있으나,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북측과의 신경전이 장기화하자 연일 수사 관련 정보를 유출하며 압박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이미 공개한 대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이 맹독성 신경가스제인 VX로 암살됐음을 인정하는 선에서, 양국이 서로 상대 국민에 대한 억류조치를 풀 것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직 수사가 종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말레이시아가 현지의 북한 대사관에 은신 중인 현광성'김욱일의 신병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추정컨대 말레이시아는 북한이 이미 공개된 사실을 인정한다면 두 명의 북한 국적 용의자들에 대해서도 추방 조치를 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북측은 말레이시아의 이런 입장에 양보할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현지 외교가에선 북한이 말레이시아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과를 요구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장병으로 숨진 북한인의 시신을 무단으로 부검하고 화학무기 공격으로 숨진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북한의 이미지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입장에선 '적반하장' 대응인 셈이다.

이에 말레이시아는 북한에 김정남 암살 사건과 관련한 사과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을 종합해보면 북한과 말레이시아는 김정남 암살 사건의 진상 규명이라는 근본적인 데서 서로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벌어지는 형국이다.

이런 가운데 말레이시아에선 공식 협상이 마무리돼 김정남 시신이 북한으로 이송되면, 북한이 재부검을 통해 '자연사'로 결론지은 뒤 말레이시아 경찰의 수사를 원천무효화하려 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말레이시아 정부 내부 사정에 밝은 현지 소식통은 "아직은 양측의 입장 차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말레이시아와 북한 간의 공식회담이 가시화한다고 해도 일러야 이번 주 후반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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