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구경북 정치권은 혼란 상태다. 박근혜 전 대통령 아래에서 누려온 프리미엄은 전부 사라지고, 바람 부는 광야에 홀로 내던져진 것처럼 외롭고 위태로운 처지다. 대통령 선거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확실한 지지 후보를 정하지 못한 채 '각자도생'(各自圖生)에만 골몰해 있다. 정치인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지 못한 탓이지만, 자생력을 키울 수 없도록 만든 후진적인 지역 풍토 탓도 크다.
얼마 전만 해도 지역에서 박근혜라는 이름만 내걸어도 국회의원에 쉽게 당선되곤 했으니 남부끄러운 일이었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구에서 무소속'야당 의원이 일부 당선되면서 이런 경향이 깨졌다고는 하지만, 큰 흐름은 여전히 '친박(친박근혜)이면 만사형통' 수준에 머물렀다.
설령 친박에 기대 당선됐다고 하더라도, 마음 다잡고 지역민을 위해 봉사했더라면 좋았을 터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상당수는 보스에게 충성하고 친박계에 줄 서기 하는데 진력하는 행태를 보였다. 대구의 일부 초선 의원이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이 그나마 다행스럽지만, 대부분은 유권자를 안중에 두지 않은 채 자기 살길만 모색하는 구태만 드러냈을 뿐이다.
여의도에서는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지역에 내려오면 어깨에 잔뜩 힘만 주고 지역 현안 해결에는 나 몰라라 하는 것이 예사였다. 지역민에게는 '사탕발림 헛공약'을 제시하고, 뒤로는 기초단체장이나 광역'기초의원을 '하인'처럼 부린 국회의원들이 어디 한둘인가. 이런 구태 정치인은 '포스트 박근혜' 시대에서 살아남을 수 없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이 물러난 마당에 아직도 그 후광을 그리워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정치를 그만두는 것이 옳다.
이제는 '지역에 대한 충성심'이 없는 정치인은 설 자리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 정치인은 더 이상 필요가 없다. 박 전 대통령의 퇴장으로 당장은 힘들지 모르지만, 유권자에게 충성을 다하는 분위기와 정치인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 풍토를 정착시킨다면 미래는 그리 어둡지 않을 것이다. 지역 정치권에 현재 상황이 위기이자 기회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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