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입력 2017-03-13 04:55:06

최혜령
최혜령

성공이 곧 행복이며 이를 위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이 진리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만 하며 사는 법' '너무 바쁘다면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와 같은 책들이 일 중독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다.

백세 시대에 길어야 삼사십 년 소용될 일만 보고 살다 보면 문득 거대한 벽 앞에 멈춰 서는 순간이 온다. 그리고 질문한다. '나는 잘산 것인가,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자녀교육 전문가 가나모리 우라코는 "자식에게 남길 최고의 재산은 내 부모가 정말로 행복하고 즐거운 삶을 살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라 말한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의 저자 이근후는 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였으나 현재는 일곱 가지 병을 갖고도 재미있게 살고 있다. 노년에는 주변의 도움에 익숙해질 것과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오늘을 귀하게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 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에게 젊음의 무지(無知)가 오히려 불확실한 미래를 개척하는 용기가 된다고 인생 선행 학습을 시킨다.

소설책 몇 권으로도 다 풀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왔다고 한탄하는 사람들은 많은데 책 한 권을 실제로 쓰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구 중구 도심재생재단에서는 '생애사열전 100선 사업'을 2012년부터 해오고 있다. 이미 78권의 책이 출간되었고 올해 참여자를 모집하고 있다. 일흔을 훌쩍 넘기고 생애사 '배우며 나누며'를 쓴 최상순은 "좀 더 이른 나이에 생애사를 써봤더라면 부족한 점을 보충하여 남은 삶을 더 보람 있게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한다. 인생의 황혼기를 정리하고 '어떻게 죽을 것인가'의 답을 찾으려고 생애사나 자서전 쓰기를 시작했던 분들이 오히려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을 얻는 경우가 종종 있다.

중학생과 대학생들에게 미래 상상자서전을 쓰게 한 적이 있었다. 자서전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나이에 무슨 자서전이냐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미래 일기 쓰기처럼 미래 자서전 쓰기는 막연한 꿈에 구체적인 모습을 그려주는 역할을 한다. 자신이 살고 싶은 미래를 상상하고, 그를 위해 거쳐야 할 과정들을 구상하고 무릎이 꺾이는 순간들도 내다보며 만든 자서전은 장난처럼 시작하지만, 결코 장난일 수 없다. 자서전을 쓴 후 자신의 길을 찾아 늦깎이 학생이 되고, 공무원이 되고, 작가의 꿈을 이뤄가고, 드라마 PD가 되어 찾아온 그들을 보면서 구체적으로 꿈을 꾸면 이루어진다는 진리와 또 한 번 만난다.

어떻게 죽고 싶은가. 그 모습을 구체적으로 적어보라.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의 해답이 그 안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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