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WBC 대만에 연장 접전 11대8 승리

입력 2017-03-10 04:55:02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한국 대 대만 경기. 김태균이 10회초 2사 1루에서 왼쪽 펜스를 넘는 2점짜리 홈런을 친 뒤 동료 손아섭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7.3.9/연합뉴스
9일 오후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서울라운드 한국 대 대만 경기. 김태균이 10회초 2사 1루에서 왼쪽 펜스를 넘는 2점짜리 홈런을 친 뒤 동료 손아섭의 축하를 받고 있다. 2017.3.9/연합뉴스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참가한 한국 대표팀이 자존심을 구겼다. 서울에서 열린 1라운드도 통과하지 못한 채 초반에 탈락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를 두고 준비 부족에다 실력과 정신력도 가다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1승 2패를 기록,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 이는 WBC 역대 최악의 성적. 2006년 1회 대회 4강, 2009년 2회 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팀이라곤 믿기 힘든 성적표다. 2013년 3회 대회 때 1라운드에서 탈락하긴 했으나 당시엔 2승 1패를 기록했다. 득실에서 밀려 2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을 뿐이다.

A조에 속한 한국은 6일 개막전에서 복병 이스라엘에게 연장 접전 끝에 1대2로 패했다. 김태균과 이대호를 축으로 구성한 타선은 침묵했다. 이튿날 네덜란드전도 0대5로 졌다. 타선은 여전히 무기력했고 투수들은 볼넷을 남발했다. 8일 네덜란드가 대만을 6대5로 누르면서 이스라엘과 함께 2승을 챙기는 바람에 한국은 9일 대만전을 치르기도 전에 예선 탈락이 확정됐다.

이번 대표팀은 대회 전부터 '역대 최약체'라는 지적이 나온 것은 사실. 부상과 부진, 개인적인 사정, 소속팀의 반대 등으로 애초 선발하려 했던 선수들이 연거푸 낙마하는 바람에 엔트리를 구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메이저리거 가운데 대표팀에 승선한 선수도 오승환(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뿐이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쉽게 무너진 것은 뜻밖이었다.

이를 두고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다른 팀의 전력을 분석하는 데 소홀했을 뿐 아니라 투수와 타자 모두 국제 대회의 '스트라이크존'에 적응하지도 못했다. 패색이 짙은데 더그아웃에서 웃는 선수들의 모습이 눈에 띈 것도 도마에 올랐다.

한 구단 관계자는 "이번 대회 스트라이크존은 메이저리그에서처럼 국내 리그보다 아래와 위로 넓고, 좌우로는 좁았다. 선수들의 적응력도 문제지만 실력 자체가 떨어지는 게 아닌지 재검검해봐야 할 시점"이라며 "선수들에게서 투지가 보이지 않는 점도 실망스러웠다"고 꼬집었다.

반면 A조 3위 수준으로 평가됐던 이스라엘은 '신데렐라'가 됐다. 메이저리거가 주축인 네덜란드마저 4대2로 누르고 3전 전승, 조 1위로 2라운드 진출권을 따냈다. 네덜란드는 2승 1패로 조 2위. 이스라엘은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거나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로 구성돼 기본 실력은 갖췄다. 여기다 '유대인'의 핏줄을 이었다는 공통점으로 똘똘 뭉치며 탄탄한 조직력과 정신력을 과시,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9일 연장 접전 끝에 대만을 11대8로 누르고 조 3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대만은 3패로 4위가 됐다. 한국으로선 3전 전패를 당하는 것도 수치스럽지만 최하위가 되면 2021년 WBC 때 본선에 바로 합류하는 게 아니라 지역 예선부터 치러야 할 판이었다. 내심 우승까지도 넘봤던 한국은 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지경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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