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시각 Campus Now!] 대학 서열, '당연한' 차별?

입력 2017-03-06 04:55:02

"시험은 잘 쳤어? 성적 나왔나?" 서울권에서도 제법 알아주는 대학에 간 친구 A에게서 전화가 왔다. 일상적인 내 질문에 A는 당연한 듯이 "수능 망쳐서 간 대학인데 학점을 못 받으면 안 되잖아"고 대답했다. 학과 생활은 할 만하냐고 묻자 A는 한 마디 툭 던졌다. "재수할까." A는 우울한 어조로 "내가 공부한 게 있는데 수능을 망쳐서 (여기 온 거니까)…"라고 말했다.

기시감(데자뷰)에 전에 읽었던 오찬호 씨의 '우리는 차별에 찬성합니다'를 다시 읽었다. 책에서 나온 '지연'이라는 대학생의 사례가 친구 A의 얘기와 상당히 비슷하다. 오 작가는 "수능점수와 그에 기초해서 들어간 대학은 자신이 노력한 만큼 얻어낸 성과에 해당한다. (중략) 설사 '대학 이름' 때문에 무시받거나 차별받는다 해도 누굴 원망해서는 안 된다. 당연히 그 사람을 동정하고 그의 고통에 공감해줄 이유도 없다. 20대들은 이 '원칙'을 부정하지 못한다"고 설명한다.

어쩌면 당연한 생각이다. 내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을 갔으니 그만한 대접을 받는 게 정당하지 않은가. 많은 사람이 공감할 법하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생각이 내재화되면서 차별조차 당연해지는 점이다. '지방대'는 본인 노력에 따른 당연한 결과이므로, 지방대 학생에게 수도권 학생보다 좁은 선택의 폭과 여건이 주어지더라도 대학서열과 개인의 노력 여부에만 집중한다. 정작 그런 환경을 만들어내는 사회적 구조는 보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것이다.

온라인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최근 취업준비생 1천78명을 대상으로 출신학교 및 소재지에 따른 취업전망을 조사한 결과, 지방대 출신 취준생 10명 중 7명은 자신의 대학지역 및 학교 때문에 취업에 불리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했다. 몇 년 전, 경북대신문이 개교 66주년을 맞아 학내 학생들을 대상으로 경북대 만족도 조사를 했다. 그 결과 "대외적 인지도는 있지만 지방대 아킬레스건을 느낀다"는 결과가 나왔다.

수능점수와 대학서열에 따른 차별 의식이 강할수록 서열이 낮은 대학 학생들의 열등감은 커지게 마련이다. 상대적으로 열등감이 심화될수록 우월감도 커진다. "내가 이 대학에 왔지만 그래도 저 대학보다는 좀 낮지." 우리가 행해온 '당연한 차별'에 대한 각성이 없다면 서울과 지역, 광역시와 군소도시에서의 대학생들의 심리적'물리적 격차는 갈수록 벌어질 것이다.

※매일신문이 대학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이번 주부터 대학생들의 글을 기고합니다. 대학의 진정한 주인이기도 한 학생들의 진솔하고 생생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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