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사드 보복 전국 상황] 中 시장 의존 여행·면세점·화장품 주가 폭락

입력 2017-03-04 04:55:01

국내 산업 피해 가시화…중국 여유국, 한국 관광 금지 확대…제주 여행상품 문의 뚝 끊겨

중국이 이달부터 외국에서 들어오는 화장품에 대한 수입
중국이 이달부터 외국에서 들어오는 화장품에 대한 수입'판매 기록 작성을 의무화한다. 한반도 사드 배치 확정으로 중국 정부의 이른바 '사드 보복'이 가시화되는 상황이라 자칫 우리 기업에 대한 제재 수단으로 쓰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일 서울 명동 화장품 상점에서 관광객 등이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정부의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 '한국 관광 금지령'으로 그 실체를 드러내면서 국내 산업계 피해가 가시화하고 있다.

여행, 호텔, 면세점 등 국내 관광업계는 장기적인 매출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화장품과 엔터테인먼트 등 중국 관련성이 높은 업종에서도 주가 급락 현상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中 여유국, '제주도 관광 금지' 암시

3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민의 한국 관광을 억제하기 시작했다.

중국 관광 분야 정부부처인 국가여유국은 3일 홈페이지에 "최근 한국 제주도에 여행 갔던 국민들이 입국도 못한 채 공항에 장시간 잡혀 있다가 송환됐다"며 "목적지를 신중히 선택하라"는 경고성 글을 올렸다.

국가여유국의 이 같은 반응은 제주공항 입국심사 과정에서 일부 중국인들이 유효한 여권, 여행일정, 숙박지 정보를 제공하지 못해 입국을 거부당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가여유국이 갑작스럽게 이런 반응을 보인 것은 사드 보복 조치의 일환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가여유국이 등록한 글을 보면 제주도를 방문하지 말라고 적시한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제주도 관광을 하지 말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제주도는 한국에서 유일하게 중국인이 무비자로 방문할 수 있는 곳이어서 이를 겨냥한 발 묶기라는 지적이다.

중국 당국은 또한 전국 여행사 등을 통해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조치는 대부분 구두 지시 등으로 전달돼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관광업계'지자체 '초긴장 모드'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열을 올리던 국내 관광업계와 지방자치단체는 비상이 걸렸다.

여행사를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 관광객이 60∼70%에 달했다 보니 국내 관광업계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중국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제주, 부산, 인천에서 피해가 클 전망이다.

실제로 한국 관광을 취소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고 있다.

관광업계에 따르면 중국 저장성에서는 지난 2일부터 현지 여행사에 제주 여행상품 문의가 전혀 들어오지 않고 있다. 홍콩과 인접한 광둥성에서도 선전항공이 제주 직항편의 휴항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쇼핑 비중이 큰 면세점 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지금껏 면세점업계는 중국인 단체관광객 의존도를 낮추고자 '싼커'(散客'중국인 개별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아왔다. 일본과 동남아 등으로 관광객을 다변화하고 해외 진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그럼에도 중국인 단체관광객 비중이 여전히 커서 이달 말쯤에는 피해가 구체화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구 한 면세점 관계자는 "아직 예약 취소가 발생하지는 않았으나 중국인 손님 대다수가 여행사 패키지 상품을 이용하는 단체관광객이어서 머지않아 매출 감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호텔업계도 우려 속에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대구 한 호텔 관계자는 "의류나 화장품을 사러 오는 단체관광객, 치료 및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오는 의료관광객이 많았는데 이런 수요가 사라질 것으로 본다.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교류에도 영향 예상… 관련주 '출렁'

여행업계는 시작일 뿐 대중(對中) 통상 및 문화교류에서도 직접적인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식시장에도 이런 우려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3일 중국 시장과 관련 있는 화장품, 여행, 면세점, 엔터테인먼트 등 국내 주식이 줄줄이 급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12.67% 떨어진 25만1천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13.54% 내린 24만9천원까지 주저앉으며 52주 신저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 주가가 24만~25만원 선을 오간 것은 약 2년 만이다.

한국화장품 등 다른 화장품주 역시 전일 대비 3~18%가량 내렸다.

호텔신라와 신세계 등 면세점주도 최대 13%가량 내렸고 하나투어와 롯데관광개발, 모두투어 등 여행업주도 최대 5%까지 내리는 희생양이 됐다.

한국 정부에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그룹주 역시 전날에 이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롯데쇼핑(-0.93%), 롯데칠성(-0.14%), 롯데케미칼(-1.88%), 롯데푸드(-2.14%), 롯데정밀화학(-0.74%)의 주가가 일제히 미끄럼틀을 탔다.

엔터테인먼트와 콘텐츠 관련 종목도 크게 내렸다. 에스엠(-5.29%)과 키이스트(-5.29%), 씨그널엔터테인먼트(-6.82%), 와이지엔터테인먼트(-3.42%), JYP엔터테인먼트(-1.60%), 쇼박스(-1.94%) 등이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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