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전 국민 건강보험이 1989년 시행된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공개됐다. 보건복지부는 저소득 지역가입자 606만 가구의 보험료를 2024년까지 절반으로 낮추고, 고소득 73만 가구의 보험료는 올리는 개편안을 1단계(2018년), 2단계(2021년), 3단계(2024년)에 걸쳐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우선 지역가입자(총 757만 가구) 중 연소득 500만원 이하 가구의 연령, 소득, 재산 등에 적용되던 평가소득 기준은 폐지된다. 1단계에서 연소득 100만원 이하 지역가구는 월 1만3천원, 3단계에서는 연소득 336만원 이하 가구는 월 1만7천120원의 최저보험료가 부과된다. 이렇게 되면 2018년 지역가입자 583만 가구의 보험료가 월 9만원대에서 7만원대로, 2024년에는 절반인 4만5천원 선이 된다.
반면 그동안 자녀, 친척 등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재하여 보험료를 내지 않았던 피부양자 중 연소득 2천만원(3단계)이 넘는 47만 가구(59만 명)는 지역가입자로 전환된다. 월급 외 연소득이 2천만원(3단계)을 넘는 '직장인 부자' 26만 가구(전체 직장인의 약 2%)의 보험료는 올라간다. 이번 개편안을 통해 보험료 납부가 어려운 저소득층의 부담은 줄고 '무임승차' 피부양자나 고액'고소득층의 부담은 는다는 점에서 옳은 방향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전 세계에서도 모범사례로 손꼽힌다. 취약한 경제 기반에도 1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전 국민 건강보험 시대'를 달성하고,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의료 접근도를 높여 세계 최고의 국민 건강 수준과 의료 수준을 달성하게 했다. 하지만, 국제사회에서도 모범 사례로 평가받는 우리의 건강보험은 보험료 부과체계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국민들로부터 많은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러한 불만을 일으키는 현행 보험료 부과체계를 살펴보면 크게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눠지고, 7가지로 분류되어 보험료 산정 방법도 상당히 복잡하다. 이렇게 다원화된 부과체계는 1989년 전 국민건강보험 태동 시 자영업자 소득 파악률이 10%에 머물러 소득 파악이 어려운 상황에서 차선책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가입자별로 살림 사정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만들어졌지만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형평성에 맞지 않는 경우가 많아 국민 불만의 씨앗이 되고 있다.
지난 한 해에만 보험료 관련 민원이 7천400만 건 발생했는데 이는 공단 전체 민원 중 80%를 차지할 정도다. 이러한 불만은 결국 가입자의 부담 능력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해 발생하는 것인데 이는 생계형 체납자를 양산하는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퇴직이나 은퇴 후 소득이 없는데도 보험료가 오히려 증가하는 경우도 많다. 지역가입자의 가구원은 보험료가 부과되나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는 보험료가 부과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떤 아이가 어떤 집에 태어나느냐에 따라 보험료 부과 대상이 되기도 하고 되지 않기도 한다. 심지어 은퇴 후 고액 연금 수령자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어 보험료가 면제되고, 은퇴 후 부득이 근로를 해야 생계가 유지되는 근로 노인에게는 보험료가 부과되는 등 여러 가지 불평등을 가져오고 있다.
이번에 정부에서 발표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은 정부의 국정 과제 중 하나이자 지난 2013년 정부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을 발족한 후 3년 6개월여 만에 내놓은 실질적이고 대대적인 개편안이다. 오랜 검토 끝에 내놓은 이번 개편안이 순조롭게 안착할 수 있도록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전 국민 건강보험 시행 28년 만에 새롭게 정비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가 보험료 부과의 형평성 논란을 줄이는 시발점이 되어 국민에게 신뢰받는 건강보험제도로 거듭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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