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TK는 누구를 지지하나?

입력 2017-02-24 04:55:02

"마땅한 인물이 없네! 이를 어찌할꼬?"

대구경북민은 대선주자로 선택할 인물이 마뜩잖다. 이래저래 고민만 깊어진다. 이미 판은 진보 쪽으로 기울어 있다. 보수 쪽에는 대구 출신의 유승민 의원(바른정당)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과 이번 탄핵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힘들게 했다는 생각에 선뜻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게다가 유 의원은 아직 전국 지지도에서 폭발력이 감지되지 않는다.

현 대선주자 지지율 부동의 1위(30% 안팎)인 문재인 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이념이나 정체성 면에서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과는 코드가 잘 맞지 않는다. 아무래도 정감이 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지지율 2위(20% 안팎)를 달리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더불어민주당)가 더 눈에 들어온다. 이를 간파하고 있는 안 지사는 중도 또는 보수 쪽에 외연을 확장하려 화해의 제스처(이명박근혜 정권에 '선한 의지' 발언 등)를 전략적으로 취하고 있다. 그래 봐야 사실 두 대선주자 모두 '친노'라는 선명한 딱지를 붙이고 있다. 대구경북민에겐 둘 다 호감형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안 지사가 청량하게 다가오는 편이다.

지지율 3위인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국무총리)은 50대 이상 장'노년층에겐 '굳이 말하지 않아도 보수'라는 이미지가 있어, 대구경북과의 이념 정체성엔 맞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본격적인 대선 출정도 불투명하다. 당선 가능성을 봐도, 극보수 세력의 대결집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현 판세를 극적으로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4위 이재명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과 5위 안철수 의원(국민의당)은 대구경북에서는 아직 관심 밖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리 지역을 대변해 줄 인물을 놓고 볼 때 지금 상황에 큰 변화가 없다면 참 답답한 형국이 이어질 것이다. 탄핵안이 인용된다면 5월쯤에 대선을 치러야 할 판인데, 대구경북민의 입맛에 맞는 대선 후보를 눈 씻고도 찾아볼 수가 없다. 누가 나서 우리 동네 일처럼 팔을 걷어 붙여줄지 솔직히 걱정이다. 그렇다고 탄핵안이 기각된다고 해서 별 뾰족한 수가 나는 것도 아니다. 박 대통령 개인적으로야 헌정 사상 첫 탄핵 대통령의 불명예를 덮어쓰지는 않겠지만 대구경북에 달라질 건 별로 없지 않을까.

대구경북 사람들은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을 흔히 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10년을 말한다. 당시 대선에서 대구경북 출신은 아니었지만 확고한 보수 후보인 이회창 전 총리를 화끈하게 밀었고, 2번 모두 고배를 마셨다. 이후 지역 고위 인사들이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고, 각계각층에서 TK(대구경북) 인사들은 변방으로 쫓겨났다. 국책사업 등 예산 지원도 찔끔찔끔 받아서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던 때를 말한다. 하지만 또 따지고 들자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10년 역시 '되찾은 10년'이 아니라 '도로 잃어버린 10년'으로 귀결된다. 박근혜 정권은 4년 만에 국정 농단 사태로 파국을 맞고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이명박 정권을 포함해 만 9년이라는 세월 동안 대구경북이 뭐 하나 얻은 것이 없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이 똘똘 뭉쳐 탄생시킨 보수정권이라고 해도, '잃어버린 10년'은 매한가지인 셈이다. 차라리 '밀양 신공항'이라도 눈 질근 감고 결정했다면, 허탈감을 조금이나마 덜어줬을 텐데.

현 시점에서 선택할 차기 대통령에 대한 답은 없다. 그렇다면 대구경북민에게 희망을 안겨줄 대선주자를 다시 모색해보자. 기준은 지역 균형 발전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공약을 발표하는 후보를 찾자. 야당 후보라도 좋다. 사실 참여정부(노무현 정권)의 지역 균형 발전 의지와 실천을 우리 지역 출신의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보다 훨씬 높이 평가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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