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성찰이 치료로 이어졌죠"
"인생은 신기하게도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더군요." 류광수(53) 마음심한의원 원장은 "인간에 대한 깊은 관심과 성찰이 한의학적 치료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고 했다. 대학 시절부터 철학, 종교, 역사 등 인문학 서적을 섭렵한 것이 한의학에 바탕을 둔 심리 치료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독서로 인간에 대해 배우고 고민한 부분들을 심리 치료에 응용할 수 있었어요. 학술적인 공부보다는 마음에 대한 공부가 깊을수록 심리 치료를 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는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환자에게 믿음을 주는 동시에 자연스레 관찰하면서 환자의 성격적 특징을 재빨리 파악하기 위해서다. 이를 토대로 태양'양명'소양'태음'궐음'소음 등 육병(六病) 가운데 어떤 범주에 속하는지 가려낸다는 것이다. 대화를 시작한 지 10여 분이 지나자 그는 "기자님은 육병 가운데 태양병"이라고 했다. "태양병의 주된 심리 기제는 경쟁심이고, 그로 인해 늘 애쓰다 과로하기 쉽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30대까지 이어진 방황이 환자에 대한 이해로
류 원장은 또래보다 1년 늦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사춘기 시절, 학교 가길 거부하고 1년간 학교를 쉬었던 탓이다. 그는 "학업 스트레스가 굉장히 심했고, 높은 성적을 강요하던 선생님과 갈등이 컸다"고 했다. 그가 다시 학교로 돌아간 건 아들의 결정을 존중해준 아버지 덕분이었다.
스물한 살에 아버지의 권유로 한의대에 진학한 그는 여전히 공부에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을 원했던 그에게 한의학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 대신 그는 인문학 서적을 탐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철학 서적을 읽다 염세주의에 빠져버린 자신이 걱정돼 스스로 책을 불태우기도 했다.
그래도 한의사의 길을 포기하진 않았다. 성적은 중상위권을 유지했고, 장학금도 두 차례 받았다. "그만두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원래 성실한 편이었어요. 주어진 길을 외면하거나 포기하는 성격도 아니었고요."
1994년 구미에서 개원한 후에도 번민은 계속됐다. 침이나 뜸 등 대중적인 한의학 치료를 반복하면서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좌절감이 들었다. "정말 하기 싫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매일 감옥에 가는 심경으로 출근을 했어요." 방황은 한동안 이어졌다. 그는 환자들에게 전념하지 못하고 이따금 병원 문을 닫고 훌쩍 떠나기도 했다. "30대 시절에는 항상 삶과 인생에 대한 깊은 고민들이 마음속에 깔려 있었어요. 저 자신의 마음이 그토록 불안정했기에 환자들의 불안한 마음을 잘 알아요. 특히 회사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을 보면 그때의 저를 보는 것 같아요."
◆의사는 병의 원인을 찾는 수사관
30대의 방황이 끝날 즈음, 류 원장은 한방 비만 치료에 도전했다. 한방 다이어트 수요가 차츰 증가하던 때였다.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은 전환점이 됐다. 병원 간판을 바꿔 달았고, 입소문을 타고 환자도 늘었다. 5년간 순항하던 류 원장은 다시 한 번 변곡점을 맞았다. "비만 치료를 하다 보니 폭식증이나 거식증 환자가 많이 오더라고요. 단순히 다이어트가 목적이 아니라 심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환자를 치료해야 하는 어려움이 생긴 거죠."
방법을 몰라 치료를 거절했던 그는 한방 심리 치료를 제대로 공부하기로 결심했다. 6개월 이상 서울의 유명 심리 전문 한의원과 한의학의 고전인 '상한론'(傷寒論)을 연구하는 대한상한금궤의학회를 찾아다니며 공부했다.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여긴 지난 2014년 그는 대구로 자리를 옮겼다. "상한론에서는 개인의 스트레스 대응 방식에 따라 병의 원인을 크게 6가지로 분류합니다. 특히 한방 심리 치료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다룰 때 병증보다 원인을 찾는 데 집중합니다." 그는 환자의 사연을 들으며 진단'치료하는 심리 치료를 '서사적 의학'이라고 표현했다. 환자의 사연에 공감하는 동시에 날카로운 질문으로 병의 원인이 된 실마리를 찾는다. "병의 원인은 대개 병이 시작된 시점이나 악화된 시점에 숨어 있어요. 범인을 찾는 수사관처럼 병의 원인을 찾는 겁니다."
병의 원인을 찾으면 내비게이션처럼 환자가 나아갈 길을 안내해준다. 운전대를 잡고 길을 찾아가는 것은 결국 환자다. 그는 "우선 환자는 부정하고픈 자기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환자가 스스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심리 치료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류 원장은 "환자의 자존감을 높여주는 것이 심리 치료의 종착지"라고 했다. "재발하지 않는 한 다시 병원을 찾는 환자는 많지 않아요. 정신건강의학의 특성상 환자들이 입소문을 잘 내지 않아 신규 환자도 그리 많지 않죠. 그래도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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