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임금 태봉이 있는 생명의 땅…성씨 본관 38개 전국 최다
수려한 포천계곡을 품은 가야산을 앞에 두고 대가천을 젖줄로 삼은 고을 성주는 전국 최대의 참외 생산지이다. 성주 참외는 맛과 질이 좋아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성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38개 성씨가 본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세종대왕자태실, 태종태실, 단종태실 등 조선시대 임금 3명의 태봉이 있고 전반기(임진왜란 전) 조선왕조실록이 보관되어 있는 자랑스러운 고장이다. 인심 좋고 포근한 어머니 품속 같은 풍요로운 고장 성주를 가족여행지로 추천한다. 오늘은 회연서원, 세종대왕자태실, 한개마을, 성밖숲으로 겨울 여행을 떠난다.
#실학 연원 확립하고 예학에 관심 둔 대학자
◆한강 정구를 기리는 회연서원(檜淵書院)
성주 사람들은 성주를 이강의 고장이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한다. 이강은 두 개의 강이 아니라 성주가 낳은 뛰어난 성리학자 동강(東岡) 김우옹(金宇顒·1540~1603)과 한강(寒岡) 정구(鄭逑' 1543~1620)를 칭한다. 수륜면 신정리 양정마을 대가천변에 위치한 회연서원은 영남오현(五賢: 퇴계, 회재, 한훤당, 일두, 한강) 중 한 분인 정구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만든 서원이다. 제자들을 가르치던 회연초당을 인조 5년에 서원으로 재건하고 숙종 16년(1690)에 사액(賜額)된 서원이다. 외증조 한훤당의 도학을 전수한 한강은 퇴계학과 남명학을 아울러 새로운 학풍을 세워 실학의 연원을 확립하고 예학에 관심을 기울인 대학자이다.
회연서원 입구인 견도루(見道樓) 좌우에는 한강이 좋아했다는 매화밭이 있다. 강당에 있는 숙종 임금 친필, 제자 미수 허목의 전서체와 해서체가 눈길을 끈다. 강당 뒤쪽에는 봉긋한 봉우리 모양의 봉비암(鳳飛巖)이 있다. 기생 봉비가 여기서 춤을 추다가 실족(失足)하여 물에 빠져 죽었다고 한다. 많은 선비들이 봉비암을 보면서 봉황이 나는 모습을 떠올렸다. 한강 정구는 중국 남송(南宋)시대 주희(朱熹)의 무이구곡(武夷九曲)을 본받아 칠언절구의 시를 지어 무흘구곡(武屹九曲)이라 이름 붙였으며 제1곡을 봉비암이라 했다.
一曲灘頭泛釣船 일곡이라 여울 어귀에 낚싯배를 띄우니
風絲繚繞夕陽川 석양 빛 시내 위에 실 같은 바람 감도네
誰知捐盡人間念 뉘 알리오 인간세상의 잡념 다 버리고
唯執檀奘拂晩煙 박달나무 삿대 잡고 저문 연기 휘저을 줄을
#산책로 갖춘 생명문화공원 관광객 발길
◆세종대왕자태실이 있는 길지(吉地)
조선 초기 왕실은 국왕과 왕자들의 태(胎)를 전국 각지의 길지에 묻고 왕권 안정과 번영을 기원했는데 이를 태실이라 했다. 성주에는 태종태실, 세종대왕자태실, 단종태실 3곳이 있다. 이는 성주가 그만큼 좋은 기운이 많은 곳이라는 증거다.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에 있는 세종대왕자태실은 서진산이 병풍처럼 감싸는 봉긋 솟은 양지 바른 곳에 있다. 전국에 있는 태실 가운데 가장 많은 왕자의 태실이 한곳에 있는 귀한 문화유산이다.
낙엽과 송림이 우거진 운치 있는 돌계단을 오르면 봉우리 정상에 앞줄 11기, 뒷줄 8기 모두 19기의 태무덤이 태비(胎碑)와 함께 두 줄로 늘어서 있다. 모양이 거의 비슷하며 곱돌솥 모양의 지붕돌이 덮여 있는 형태다. 하지만 태의 주인이 취한 정치적 입장과 처신에 따라 태의 모습은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수양대군이 왕위를 빼앗은 뒤 이를 반대한 금성대군, 한남, 영풍, 화의군과 계유정란 때 죽은 안평대군의 태실과 태실비는 세조 3년(1457)에 산 아래로 던져졌다고 한다. 진양(수양)대군의 태실은 다른 태실과 달리 가봉비가 세워져 있다. 태를 묻은 왕자가 임금이 되면 태실을 다시 꾸미는 태봉(胎封)의 법식에 따른 것이다.
태실을 뒤로하고 내려다보이는 사찰이 신라시대 의상이 창건한 선석사이다. 조선시대 태실이 들어선 뒤부터 태실을 지키는 절이 되었다. 영조의 어필이 하사되면서 성주 고을도 정3품관 목사가 다스리는 성주목으로 승격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당당한 위세 덕에 무려 38개 성씨가 성주를 본관으로 하지 않았을까. 최근 성주군은 선석사 앞에 태실의 역사를 알 수 있는 태실문화관과 잘 정돈된 주차장, 산책로를 갖춘 생명문화공원을 조성해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고택 체험·비보림 숲길 산책…힐링 명소
◆한개마을과 성밖숲
성주 월항면 대산리에는 현재 약 60여 가구가 살고 있는 성산 이씨들의 집성촌 한개마을이 자리 잡고 있다. 한개란 큰 나루란 뜻이며 마을 앞을 흐르는 백천과 주산 영취산으로 형성된 전형적인 배산임수 마을이다. 김천, 칠곡을 잇는 길목으로 사람과 말(馬)들이 북적거린 역촌(驛村)이었다.
세종 때 이우(李友)가 입향조로 이 마을에 정착했다. 영조 때 호위무관인 돈재 이석문의 북비고택, 철저한 주리론자인 응와 이원조의 응와집, 조선 말 유학자 한주 이진상의 한주댁 등 세 분의 고택이 있다. 현재 마을 고택에는 주인이 생활하므로 자유롭게 관람할 수 없는 점이 안타깝다. 숙박 체험, 마을역사 탐방 등 전통문화체험이 가능하다. 문의: 성주한개마을보존회 054)931-4227.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마을 앞 허한 곳에 숲을 만들어 외부에서 마을이 보이지 않고 마을의 좋은 기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인위적으로 비보림(裨補林)을 심었다. 성주 경산리에는 약 300~500년 수령의 왕버들 59주가 숲을 이루고 있다. 옛 성주읍성 밖에 위치해 성밖숲이라 불린다. 천연기념물 제403호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경산지' '성산지'의 옛 기록에 따르면 옛날 성 밖 마을 소년들이 변고로 죽자 한 지관이 재앙을 막으려면 밤나무 숲을 조성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밤나무를 심었으나 임진왜란 후 밤나무 대신 왕버들 숲으로 조성했다고 전해진다.
♣Tip
*동방사지 칠층석탑: 왜관에서 33번 국도를 달리다 보면 성주읍내 못미처 왼편에 보인다. 홀쭉한 모양의 신라시대 7층 석탑이다.
*성주아라월드: 성주호 안에 있으며 여름을 즐길 수 있는 수상레저테마파크이다. 054)933-0014.
*고방찬 청기와가든: 정갈한 맛과 정성스러운 상차림이 일품이다. 여사장의 친절한 응대와 맑은 미소가 돋보인다.
*성주참외와 참외생태학습원: 대가면에 있다. 참외의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054)930-8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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