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호랑이가 일깨운 가족애

입력 2017-02-11 04:55:02

호랑이 숲 이사 앞두고, 부인·딸 잃어…이사 온 9일간 식음 전폐, 가족 그리워하다 하늘로

호랑이 금송(왼쪽)
호랑이 금송(왼쪽)'금강 부부가 서로 얼굴을 맞대며 사랑을 나누고 있다. 매일신문 DB

"백두산 호랑이가 숨진 부인과 딸을 그리워하다가 결국 가족 곁으로 갔습니다. 더 이상 우렁찬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습니다."

9일 봉화군 춘양면 서벽리 백두대간국립수목원(이하 수목원). 수목원 뒤편에서 흘러 나오던 백두산 호랑이 '금강'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대전 오월드 동물원에서 이곳으로 이주해온 금강이 9일 만에 갑자기 죽었기 때문이다, 금강의 우리는 텅 비어 있었고, 광활한 호랑이 숲은 금강의 죽음을 애도하듯 찬바람만 불고 있었다.

◆호랑이 가족의 슬픈 삶

호랑이 숲 관리인들은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새 호랑이 입식을 준비하던 이들의 얼굴엔 슬픔이 가득했다.

금강의 운명은 기구했다. 일가족 모두 병마에 시달리다 죽은 슬픈 사연을 간직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호랑이 번식 공원인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둥베이 호림원 방사장에서 자유롭게 살던 금강(숫놈'2005년생)은 지난 2011년 7살 되던 해에 한 살 위인 금송(암놈'2004년생)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드넓은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던 금강은 인공의 공간에서 사육되며 살기 시작했다. 금송과 부부의 인연을 맺고 2012년 새끼호랑이 '미호'(암컷)를 낳아 경사를 맞기도 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지난달 25일 금강은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아 봉화 춘양면에 있는 수목원 호랑이 숲으로 이주해왔다. 수의사와 사육사들을 동반하고 마취한 채로 무진동 항온항습 차량에 오른 금강은 시속 70여㎞의 속도로 이동해 왔다. 1시간마다 15분씩 휴식을 취하며, 고속도로와 일반 국도, 산길을 거쳐 수목원에 도착했다.

오월드 동물원 관계자는 "금강이 동물원에 있을 때는 음식도 잘 먹고 잘 지냈다. 이동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조심조심해서 운반했다. 가족의 죽음에 대한 스트레스는 관찰하지 못했다"고 했다.

하지만 금강은 새 보금자리가 편하지만은 않았던 모양이다. 도착한 뒤부터는 사육사들이 극진히 보살폈지만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이동 후 심한 스트레스와 가족들의 채취가 남아 있던 대전 오월드 동물원을 잊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선지 금강은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지난 3일 가족들이 있는 하늘나라로 갔다.

◆가족 그리워하다 병들어 숨져

금강의 가족사는 눈물겹다. 2015년 7월 한국에서 짝을 맺은 금송이 위궤양과 자궁 폐혈증으로 죽었고, 지난해 9월에는 둘 사이에서 얻은 새끼 미호마저 세상을 떠났다. 미호는 가슴 종양으로 9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어미 금송을 따라갔다. 금강도 아내 금송과 딸 미호를 잃은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둘의 뒤를 따랐다.

이들 호랑이 가족의 기구한 운명은 불과 1년의 시간 안에 이뤄진 일이다. 가족을 애타게 그리워하다 병들어 죽어간 한 호랑이의 가족사가 애처롭기만 하다.

수목원 호랑이 숲 관계자는 "호랑이 숲에 도착한 금강은 심한 스트레스 증상을 보였고 9일 동안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가족들의 채취가 많이 그리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금강은 앞으로 박제돼 보관'전시된다. 수목원 관계자는 "호랑이 숲은 또 다른 호랑이 기족들을 맞이할 준비로 분주하다"면서 "앞으로 이곳에는 백두산 호랑이 10여 마리가 숲을 노닐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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