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월성 1호기 재가동 취소 판결, 이참에 폐로 하는 게 맞다

입력 2017-02-09 04:55:02

서울행정법원이 경주 월성원전 1호기에 대해 재가동 결정 취소 판결을 내린 것은 유례가 없는 사건이다.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사실상 가동 중단을 의미하는 판결이 나왔다는 점에서 향후 한국 원전정책의 궤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는 2년 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월성 1호기 재가동 승인 과정을 지켜봤더라면 당연한 귀결인지 모른다.

판결 결과도 놀랍지만, 판결문을 자세히 살펴보면 훨씬 놀라게 된다. 법원은 재가동 승인 과정에서 빚어진 위법 사항 여러 개를 적시했는데,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승인 과정이 얼마나 허술하게 처리됐는지 알 수 있다. 위법 사항으로 ▷운영 변경 허가 사항 전반에 대한 '변경 내용 비교표'를 제출하지 않았고 ▷허가 사항에 대해 원안위 과장이 전결로 처리했고 ▷원안위 위원 2명은 법률상 결격 사유가 있고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평가 때 최신 기술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월성 1호기가 월성 3'4호기와 비교해 차이 나는 설비임에도 수명 연장 허가를 내줘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봤다. 법원은 원전 인근 주민들이 제기한 재가동 과정의 문제점을 상당 부분 인용해 월성 1호기가 더는 가동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안전 문제에 관해선 한 치의 소홀함이나 눈속임이 없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셈이다.

월성 1호기는 2015년 재가동 승인 과정에서 노후 원전의 위험성과 기술적 미비점 등을 이유로 몇 차례 결정이 연기되는 파란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당시 가동 중단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이 많았지만, '폐로 했다간 향후 원전을 지을 수 없다'는 명분론이 힘을 얻으면서 가까스로 수명이 연장됐다.

원안위는 가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판결의 사회적 파장과 의미를 볼 때 쓸모없는 고집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월성 1호기는 지난해 경주 지진 때 연약 지반에 자리 잡은 사실이 밝혀져 큰 우려를 안겨준 원전이다. 전력 수급이 부족하지 않으니 이참에 가동을 중단하고 폐로 절차를 밟는 것이 옳다. 2022년 11월에 수명이 끝나는 만큼 5년 남짓 남은 기간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안전 문제에 허점을 보인 만큼 폐로가 순리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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